‘마리텔’ 출연해 얼굴 알린 염은초
25일 日 하프시코드 대가와 협연
‘나를 울게 하소서’(헨델) ‘크레이지 아케이드’ ‘높이 날아’(터닝메카드) ‘TT’(트와이스).
이 곡들이 포함된 악보집의 정체는 뭘까. 바로크 시대 곡부터 게임과 어린이 만화 삽입곡, 인기 대중가요를 모두 품은 악보집은 다름 아닌 리코더 교재다. 저자는 지난해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등장해 한 입으로 동시에 두 개의 리코더를 부는 퍼포먼스로 대중에 얼굴을 알린 염은초(25)다.
“초등학교 3학년 음악 시간, ‘학교 종이 땡땡땡’을 처음 불던 순간 바로 리코더 소리에 빠졌다”는 염은초는 국내에서는 대중교육용 악기라는 인식이 강한 리코더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실력자다. 25일 일본 하프시코드의 대가 나오미 기타야와 협연으로 ‘정통 바로크’ 시대 리코더 연주를 들려줄 그를 15일 서울 태평로 한 호텔에서 만났다.
방송에 얼굴을 드러내기 전까지 염은초는 클래식 엘리트 코스를 착실히 밟아왔다. 리코더 연주자로는 최초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 입학해 1년 만인 2004년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으로 데뷔했다. 리코더 독주자로서 서울시향과 협연한 이는 염은초가 유일하다. 영국 런던 길드홀 음악학교 박사과정에 관악기 최초로 입학해 최연소 졸업한 그는 그동안 방송 섭외도 거절하고 ‘독하게’ 공부해왔다. “방학 때마다 리코더를 들고 각국 음악대로 여행을 갔어요. 대표적인 리코더 교수들을 만나 레슨을 받고 청강을 했죠.”
여러 노력 끝에 염은초는 2012년 3월 독일에서 열린 니더작센 국제 리코더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6명 만장일치로 우승을 거뒀다. 심사위원장 콘라드 슈타인만은 “말이 필요 없이 반드시 무대에 서야만 하는 ‘스테이지 몬스터’(무대 위 괴물)”라고 평했다.
하지만 주요 대학마다 리코더 연주자 과정이 있는 유럽에서조차 리코더 주자로서의 미래는 어두웠다. “학비도 많이 들고, 공부를 마친 뒤 무엇을 할 것인가 걱정도 돼 중도 포기자가 많거든요.”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관객과의 소통이 염은초를 붙잡았다. 유학 중에도 국내 각지를 돌며 작은 공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전남 땅끝마을 같은 곳에서 공연을 하면 관객들의 반응이 정말 놀라워요.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소통이 가능하죠.”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10여년. 이제 그는 클래식 리코더계 스타로 대중에게 리코더를 알리는 인물이 됐다. 리코더 악보집 외에 직접 손 본 리코더 교본 발간도 앞두고 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는 요즘 노래 ‘TT’처럼 바로크 시대에 가장 히트했던 리코더 곡들을 선곡했다”며 “앞으로는 신선한 콘텐츠를 많이 기획해보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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