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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피살 '3대 미스터리'… 증폭되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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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피살 '3대 미스터리'… 증폭되는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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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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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영 환구시보 등 중국 매체들이 15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피살 소식을 주요 뉴스로 보도하면서 큰 관심을 보였다. 중국 매체들은 김정남의 죽음이 암살로 드러날 경우 그 배후는 중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관영 환구시보 등 중국 매체들이 15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피살 소식을 주요 뉴스로 보도하면서 큰 관심을 보였다. 중국 매체들은 김정남의 죽음이 암살로 드러날 경우 그 배후는 중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피살은 마치 한 편의 첩보영화를 방불케 한다. 로열 패밀리였지만 김정은의 등극과 함께 전세계를 전전긍긍하던 비운의 황태자가 백주대낮에 공항에서 독살된 스토리 자체가 영화 시나리오를 능가한다.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5회 생일(16일)을 앞둔 시점은 극적 효과를 더하고 있다. 남과 북이 동시에 대사관을 운영하고 있는 말레이시아라는 공간은 영화 ‘베를린’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시간과 공간, 피살배경 등이 모두 극적인 만큼 다양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①김정은 체제 공고한데, 굳이 왜 제거했나

북한이 김정남을 살해할 것이라는 경고는 지난 5년간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무엇보다 리더십이 불안한 김정은이 같은 백두혈통이자 장남인 김정남의 존재에 대해 큰 불안감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대북 소식통은 15일 “김정은으로서는 미국의 핵무기 보다 무서운 게 자신을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김정남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집권 6년 차에 들어선 김정은의 상황은 다르다. 핵ㆍ미사일 개발과 측근세력의 잇단 숙청을 통해 권력기반을 안정적으로 강화해왔다. 우리 정부도 김정은 체제가 이미 공고하다는 대목에는 별 이견이 없다.

반대로 김정남은 2001년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추방당한 이후 해외를 떠돌았고, 2013년 고모부인 장성택마저 처형되면서 북한 내 지지기반이 사실상 궤멸된 상태다. 중국에 머물고 있는 고위관료와 장성들을 중심으로 김정남을 옹립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김정남이 김정은에게 도전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따라서 김정남을 제거해야 할 급박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2012년 4월 암살 시도 이후 계속 김정남을 노린 만큼 특정한 타이밍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지만, 지난 5년간 기회를 엿보던 북한이 이제 와서 행동에 나선 점은 명쾌하지 않은 대목이다.

이를 두고 김정남이 김정은과 모종의 ‘거래’를 하다가 틀어지거나, 김정은의 ‘명령’을 거부하다가 제거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정남은 아버지인 김정일 생존 당시 챙긴 거액의 비자금을 스위스 계좌에 넣어 놓고, 프랑스의 지인들이 펀드로 돈을 굴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1년에 3개월은 말레이시아에 머물며 북한당국의 배려로 따낸 사업권으로 고무, 설탕 등의 원자재 무역업을 주로 해왔다. 이처럼 해외에서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면서 북한 체제를 거침없이 비판하곤 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해 말 태영호 전 주영북한공사 망명 이후 해외 주요 체류자에 대한 소환령을 내리면서, 북한으로 돌아가길 거부하는 김정남과 마찰을 빚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김정남의 망명이 임박해 북한이 행동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정남은 앞서 2012년 망명을 시도하면서 거액의 몸값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애당초 점 찍었던 프랑스는 망명을 허용하지 않고, 미국은 몸값이 부담된다며 뒤로 빠진데다, 한국은 막판 협상과정에서 결렬돼 끝내 좌절된 전례가 있다. 김정남이 심각한 암살 위협에 시달린 것도 이 즈음이었다.

②하필 말레이시아의 공항 한복판인가

김정남이 피살된 공항은 많은 인파가 오가는 트인 공간이다. 언뜻 암살에 적합한 장소라고 보기 어렵다. 버젓이 범행을 저지르기에 지나치게 대담해 보인다. 과거 북한이 남한에 정착한 주요 탈북 인사를 집이나 엘리베이터, 건물 복도 등 폐쇄된 공간에서 살해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하지만 대테러 전문가들은 북한이 도리어 다중 이용시설이라는 공항의 허점을 역이용했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항은 사방으로 도주하기에 유리한 이점을 갖추고 있다. 유우종 한국민간조사협회 회장은 “호텔이나 숙소처럼 막힌 공간은 접근하기 힘들고 센서나 경비인력에 노출될 우려가 많다”며 “반면 공항은 그런 제한이 없어 설령 경호원이 옆에 있었어도 제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남이 전세계를 자유롭게 돌아다녔는데 북한이 하필 말레이시아를 범행장소로 선택했는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국가 가운데 북한과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유일한 나라다. 북한으로서는 자신들을 지지하는 최고의 우방국인 셈인데 관계악화를 감수하고 테러에 나섰다는 지점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특히 말레이시아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아시아 총본부가 위치해 김정남을 주시하는 시선이 많은 곳이다. 한국과 중국의 요원들도 김정남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집중해 왔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말레이시아를 등한시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닌데 범행장소로 택한 건 이상하다”고 말했다.

반면 말레이시아는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 북한 암살 요원의 입국 또한 수월한 곳이기도 하다. 김정남은 당초 프랑스에서 말레이시아를 거쳐 마카오로 향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프랑스는 유럽 국가여서 암살 시도 자체가 여의치 않고, 마카오는 중국의 관할권에 있어 김정남을 살해할 경우 정치적 파장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정남은 프랑스에서부터 내연녀와 함께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피살 사건 이후 내연녀의 행방이 묘연해 앞으로 풀어야 할 대목이다. 또 김정남은 피살 전 말레이시아의 한 호텔에서 지인들과 파티를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③김정일 생일 앞둔 축제분위기에 찬물 끼얹나

북한은 최고 명절인 김정일 75회 생일(16일)을 앞두고 한창 분위기를 띄우는 상황이다. 아무리 김정남을 제거할 필요성이 크다 해도 굳이 잔칫날을 D데이로 잡을 이유는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김정은 측근 세력간 경쟁과정에서 충성맹세의 증거로 오랜 숙원인 김정남을 제거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김정은이 올해 핵ㆍ미사일 개발을 사실상 완성하려는 만큼, 잠재적 경쟁자를 미리 제거해 김정은 체제의 걸림돌을 완전히 없애려는 과잉 충성의 결과라는 것이다. 국정원이 “김정은의 편집광적인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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