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대표도 정보력 과시
“13일 저녁에 피살설 확인했다”
국가정보원 등 정보당국은 김정남이 13일 오전 9시 30분(현지시간)쯤 말레이시아에서 독살된 직후 3, 4시간이 채 안된 시점에 관련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 언론의 보도가 있기 전까지 ‘NCND’(시인도 부인도 하는 않는 입장)로 일관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도 상당히 이른 시점에 김정남 독살설은 확인하며 대북 정보력을 과시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인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5일 정보위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정남 피살 후 3,4시간 뒤에 국정원이 해당 사실을 알았다”고 전했다. 주 원내대표는 전날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김정남 독살설에 대한 자신의 질문에 국정원이 “모른다”고 답변한 사실은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정원이) 피살된 사람이 김정남인 사실은 당시에 몰랐다 해도 46세 북한 인물에 대해서는 3,4시간 뒤에 알았다고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보당국의 김정남 독살 인지 시점은 일본 공안보다 훨씬 앞선다. 이후 사실관계 확정을 위해 정보자산을 총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당국 한 관계자는 “국정원이 14일 낮에 일본 공안 측에 관련 정보에 대한 협조 문의를 했지만, 일본 정보당국은 여전히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병호 국정원장이 말레이시아 대사 출신으로 현지 정세에 밝고 정보 채널도 풍부하다는 게 점도 작용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정보위 간담회 결과 브리핑에서 “사실 관계는 상당히 일찍 파악한 것으로 보이지만, 한-말레이시아 간 정보보호협정 때문에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던 듯하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정보력을 과시했다. 박 대표는 이날 부산 해운대 문화복합센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14일) 오전 9시40분 국방부 정보사령관이 북한 미사일 실험에 대한 보고 차 왔을 때 김정남 독살사건을 확인을 했지만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의외의 곳에서 들었다”며 13일 저녁 김정남 피살설을 확인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박 대표가 “미국에서도 상당한 기관들이 말레이시아에 주재하고 있다”고 굳이 언급한 점을 들어 미 중앙정보부(CIA) 채널을 통해 관련 사실을 접할 수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정을 내놓기도 한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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