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요국 반응
美는 한국 반응 인용에 그쳐
日 “안보 별다른 위협 없을 것”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사건은 주요국 정부와 언론의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사건의 전모가 거의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미국 정부는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하며 신중하게 사건의 여파를 계산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도 특별한 입장을 내놓기보다는 유사시 대비 태세를 갖추는 데 주력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는 사건 발생 직후 여러 외신으로부터 김정남 피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밝혀달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민감한 사안인데다 뒤이어 발생할 상황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무부 내 익명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김정남이 북한 공작요원에 의해 피살됐을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밝혔다. 다만 사망 원인이나 사건 정황에 대해서 결론을 내리진 않았기에, 미 정부가 직접 정황을 파악했다기보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를 인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남의 부재가 김정은 정권에 끼칠 영향에 대해 미국 당국이 계산을 오래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일본 정부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홍콩 언론 동망(東網)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북한 정부 내의 돌발사태에 대비해 북중 접경지대에 병력 1,000여명을 추가 배치했다고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의 안보에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정부는 북한 동향에 대해 평소보다 중대한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에 대한 각국 언론의 해석도 엇갈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은 위원장이 국내외에서 고위 관료 140명 이상을 숙청했다는 점, 태영호 영국 주재 공사가 망명한 점 등을 상기하면서 김정은이 정권이 흔들리자 위기감을 느껴 자신의 정통성을 위협하는 이복형을 살해하라는 명령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은 정반대로 김정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잔혹한 통치를 흉내내며 자신의 집권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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