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ㆍ안보 분야 핵심참모인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러시아 내통 스캔들로 낙마하면서 누가 플린의 공백을 메울 것인지 관심이다. 신중한 스타일로 알려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플린이 빠지며 생긴 안보공백을 메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 정가와 안보 전문가들에 따르면, 무슬림 및 테러와의 전쟁을 강조한 강경파 플린의 퇴장으로 온건ㆍ실용노선인 틸러슨 국무장관과 매티스 국방장관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개입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내는 등 노골적인 친 이스라엘ㆍ친 러시아 노선을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폭주’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방위비 문제로 동맹국을 압박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한국ㆍ일본을 방문해서 전통 우방국과 동맹강화를 강조하는 등 안정적 외교노선을 지향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이슬람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표시하는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큐슈너와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플린 후임으로는 조셉 키스 켈로그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총장, 로버트 하워드 전 합동참모본부 부의장,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한동안 미국 국가안보 시스템은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국가안보가 달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 사태는 누가 책임져야 하나”고 말했다. 당장 ‘러시아 통’인 플린의 공백으로 트럼프 취임 후 이어지던 러시아와의 밀월관계는 유지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외신들은 “틸러슨 국무장관이 결국 러시아 특사 역할을 이어받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분석에 매티스 장관은 “플린의 낙마는 국가 정책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라고 짧게 답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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