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민웅/사진=한국배구연맹
[인천=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모든 프로 스포츠의 근간은 공정한 판정이다. 여기에 매끄러운 운영이 더해지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최근 프로배구는 기본조차 제대로 못해 스스로 프로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끊이지 않는 판정 논란과 운영 미숙에 급기야 사상 초유의 유니폼 감점 사태까지 터졌다.
지난 14일 V리그는 대한항공과 한국전력의 1,3위 간 맞대결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전혀 뜻밖의 일이 불거진다. 강민웅(32ㆍ한국전력)이 원정 경기에 붉은색의 홈 유니폼을 챙겨왔다. 뒤늦게 동료들과 같은 색상의 민소매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으나 등록된 정식 유니폼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결국 퇴장을 당했다. 연맹의 유니폼 규정에 따르면 '같은 팀 선수들은 동일한 색과 디자인의 유니폼을 착용해야 한다. 다른 유니폼을 착용한 선수는 동료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을 때까지 경기에 나올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 과정에서 경기가 20분간 중단됐고 감독끼리 설전이 오가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 이후에 내려진 판정은 더욱 논란을 부추겼다. 14-12까지 진행된 경기가 급작스럽게 14-1로 조정됐다. 한국전력은 12점에서 강민웅이 처음 투입된 1점으로 감점이 된 채 경기 재개를 받아들여야 했다. 프로배구 출범 이후 유니폼 때문에 정식으로 얻은 점수가 되돌아간 적은 이제껏 한 번도 없었다.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는 "부정 유니폼은 아니고 잘못된 유니폼"이라고 규정하며 "귀책사유가 한국전력에 있고 대한항공에는 없어 한국전력 쪽 점수만 달라졌다"고 설명했지만 찝찝한 뒷맛을 남겼다.
과연 한국전력에만 책임을 전가할 문제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물론 원인 제공은 유니폼을 잘못 챙긴 선수와 구단 측에 있다. 이에 대해 경기 후 신영철(53ㆍ한국전력) 감독은 "우리 잘못이고 다 감독 책임"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선수 투입은 감독관 지시가 있어야 한다"면서 "만약 감독관이 투입을 막았다면 내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강민웅은 박주점 경기감독관의 허락 하에 코트를 밟았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박기원(66ㆍ대한항공) 감독이 중간에 감독관석까지 찾아가 항의했을 때도 감독관과 부심은 받아들이지 않고 경기를 속개해 화를 키웠다.
한 배구계 관계자는 "첫 번째는 (한국전력이 아니라) 확인 안 한 감독관의 책임"이라며 "그렇게 진행했다면 끝까지 하고 나중에 징계하는 것이 옳았다. 운영 과정에서의 문제는 심판진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확실하게 미스가 많았다. 디자인과 로고의 차이를 발견하지 못한 감독관의 책임이 크다. 심지어 박 감독이 처음 항의했을 때도 감독관은 문제없다고 판결했다. 그러고 점수가 많이 흘러간 상황에서 다시 조정됐다"고 덧붙였다.
11점 감점을 놓고 문제의 강민웅만 퇴장시킨 뒤 14-12에서 경기를 속개하는 것이 올바른 조치였다는 해석도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의 심각성은 연맹 측의 유사한 실수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지난 1월 28일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전에서는 인-아웃 판정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밖으로 나간 공을 심판이 인으로 판정했고 번복되지 않았다. 앞서 대한항공은 인-아웃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요청해 더 이상 판독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박기원 감독은 재킷을 벗어던지며 분을 삭였다. 이 장면은 이후 많은 배구 팬들의 항의를 불러일으켰다.
1월 13일 OK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의 경기도 이슈였다. 1세트 OK저축은행이 20-22로 뒤진 상황에서 포지션 폴트를 범했으나 심판진을 비롯해 기록원과 감독관 모두 알아채지 못했다. 뒤늦게 최태웅(41ㆍ현대캐피탈) 감독이 지적했지만 심판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진 2세트의 오버네트 판정 불만까지 겹쳐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코트를 이탈하면서 경기가 지연됐다. 추후 상벌위원회는 경기 중 운영 미숙과 원인 제공을 한 주심에게 3경기 출장정지 등을 내렸다.
이런 일이 생길수록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배구 팬들의 몫이다. 유니폼 감점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한국전력 응원석에서는 커다란 야유가 쏟아졌다. 무작정 경기가 지연되자 일반 관중석에서도 거칠고 험한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운영의 묘를 잃은 연맹은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도 제대로 못 고치는 식'이 너무 자주 반복된다. 익명의 배구 관계자는 "이런 일이 일어날수록 배구 팬들만 손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기고도 씁쓸했던 박기원 감독은 "KOVO가 이번 일을 계기로 조금 더 전문적으로 경기를 운영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인천=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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