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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 김정남 누구인가...황태자서 문제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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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 김정남 누구인가...황태자서 문제아로

입력
2017.02.1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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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오른쪽)이 현지시간 13일 오전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됐다고 정부 소식통이 14일 밝혔다. 1981년 8월 평양에서 촬영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장남 김정남이 함께 찍은 사진.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오른쪽)이 현지시간 13일 오전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됐다고 정부 소식통이 14일 밝혔다. 1981년 8월 평양에서 촬영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장남 김정남이 함께 찍은 사진. 연합뉴스

김정남(46)은 ‘불운의 황태자’였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장남으로서 권력 계승 1순위였으나 김정은 노동당위원장 집권 이후에는 외국에서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하다 결국은 불귀의 객이 됐다.

김정남은 김정일과 본처 성혜림 사이에서 1971년에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 스위스 제네바 국제학교로 유학을 떠나 1980년대 중후반 제네바 종합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며 개방적 사고를 익혔다. 1990년대 북한에 돌아온 뒤에는 국가보위부 간부를 지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남은 한때 김정일의 신망을 얻고 후계자 수업까지 받았다.

하지만 개방적 성향 때문에 점차 후계구도에서 밀려났다. 김정일조차 적장자의 성향을 걱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남의 친모 성혜림이 김정일과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은 관계였던 것도 걸림돌이었다. 2001년 5월에는 아들과 두 명의 여성과 함께 위조 여권을 소지한 채 일본에 불법 입국했다가 일본 당국에 억류되면서 김정일의 눈 밖에 났다는 소문이 돌았다.

김정남의 몰락은 2009년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게 결정적 계기였다. 김정남은 권력과 철저히 거리를 둔 채 외국에서 떠돌이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2011년 아버지 김정일의 사망 때도 김정은이 두려워 북한 땅을 밟지 못했다.

김정남은 김정일 생전에는 마카오와 중국 일대에서 카지노 등으로 소일거리를 하며 생활을 해왔다. 그는 이국 땅에서 고급주택을 소유하고 5성급호텔과 나이트 클럽 등에서 시간을 보내며 호화판 망명생활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한 이후에는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해 숙박비도 내지 못할 정도로 자금난에 시달린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김정남은 최근까지 마카오에 체류하며 사업을 해왔으며, 말레이시아에는 휴가차 1년에 한 두 번 방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적통이자 백두혈통인 김정남은 김정은에게 눈엣가시일 수 밖에 없었다. 김정남은 일본 언론과 인터뷰를 하거나 한국 언론에 포착되는 등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리는 돌출행동을 이어갔다. 김정은이 한참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을 무렵인 2010년에는 아사히 TV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3대 세습에 반대한다”고 밝혔고, 김정일 사후인 2012년에는 도쿄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면 3대 세습을 용인하기 어렵다. 김정은이 권력을 잘 승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수위를 높였다. 같은 해 10월에는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 군의 핀란드TV 인터뷰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김정남이 북한당국으로부터 불만을 샀다는 설이 나오기도 했다. 김한솔 군은 인터뷰에서 “할아버지(김정일)가 독재자인지 몰랐다”며 “나는 통일을 꿈꾸고 있으며, 언젠가 북한 주민들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정남의 고모부이자 후견인으로 알려진 장성택이 2013년 처형되고, 고모 김경희도 자취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더욱 궁지에 몰려 미국 망명설도 흘러나왔다. 이에 격분한 김정은이 권력 유지의 가장 큰 걸림돌인 김정남을 망명 전 미리 제거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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