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교과서 내용 변경 못해
사실상 ‘독도는 일본땅’ 대못
소녀상에 반발 귀국조치한
日대사 한달 넘게 안 돌려보내
22일 日 ‘다케시마의 날’ 행사 등
한일 간 악재 겹겹이 쌓여
일본이 14일 독도를 자국 영토로 가르치도록 의무화한 초ㆍ중학교 학습지도요령 개정 초안을 공개하면서 한일관계가 또 한 차례 직격탄을 맞게 됐다. 가뜩이나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문제로 냉각된 상태에서 일본의 독도 도발까지 겹치면서 한일관계 파행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날 스즈키 히데오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서울 도렴동 외교부로 불러 들여 일본문부성의 학습지도요령 개정 초안 발표에 강력 항의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이번 학습지도요령 개정은 일본의 자라나는 미래세대에게 그릇된 영토 관념을 주입할 뿐 아니라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일본 정부는 자각해야 할 것”이라며 학습지도요령 개정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일본 교과서의 독도 왜곡은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확대돼왔지만, 이번에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 학습지도요령에까지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점을 명기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2008년 초중등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내용을 포함시키는 등 이미 교과서에 독도 내용이 기술돼 있어 교육 현장에서 새로운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교육 현장 지침의 최상위에 있는 지침요령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과정과 교과서 집필의 기준이 되는 학습지도요령은 10년 단위로 개정되는데, 이번 개정안이 확정되면 아베 정권이 바뀌더라도 향후 10년간 독도 관련 교과서 기술을 변경할 수 없게 된다. 사실상 일본 교과서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대못’을 박아 놓는 것이다.
지난달 초 소녀상 설치 문제로 한국을 자극했던 아베 정부가 독도 문제까지 공세적으로 나오면서 한일관계는 출구를 찾기가 더욱 어렵게 됐다. 당장 소녀상 설치에 따른 주한일본대사 공석 사태부터 해결될 기미가 없는 상태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9일 부산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 총영사를 본국으로 귀국 조치한 뒤 한달이 넘도록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
한일관계의 지뢰는 앞으로도 곳곳에 깔려 있다. 이달 22일 일본 시마네현 주관으로 열리는‘다케시마의 날’행사, 3월 학습지도요령 확정, 4월 동해 표기관련 국제 회의 등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정부 관계자는“한일 간 악재들로 겹겹이 둘러싸인 형국”이라며“한일관계를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당분간 마련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경우 한일관계 개선 과제는 사실상 차기 정부 몫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아베 정부 역시 한국에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 탄핵 정국의 외교 공백 상태를 노리고 ‘한국 때리기’를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16~17일 독일 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서 한일 외교장관이 만날 것으로 보이지만, 소녀상 및 교과서 문제를 두고서 뚜렷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양국이 북핵 대응을 두고 공조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만큼, 북핵 대응을 고리로 갈등 국면을 다소 이완시킬 수는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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