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만 원으로 장례를 치러주세요.”
지난해 9월, ‘선린협동조합’의 윤성민(36)이사는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갔다. 유가족은 초등학생 손자 두 명이었고, 아이들이 손에 쥐고 있는 돈은 정부 보조금 75만원이 전부였다.
“그 돈으로는 영안실도 마련할 수 없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장례식의 거의 모든 절차를 생략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윤 이사는 조합비 80만 원을 지원하고 성심을 다해 아이들 옆에서 장례를 진행했다. 더 많이 지원하지 못해 안타까웠지만 그나마 도울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합을 만들기를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앞으로 더욱 발전시켜야겠다는 결심을 다지고 또 다졌다.
윤 이사가 이끄는 ‘선린협동조합’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후원을 위해 조합비를 사용하는 협동조합이다. 수익을 위해 조합병원을 운영하는 조합은 있지만 조합비를 후원사업에 사용하는 곳은 없었다. 선린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회비 중 일부를 사회소외계층의 복지의료와 장례비 후원금으로 사용한다. 이를테면, 기초수급대상 아이들을 후원하는 한편 장례를 치를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조합을 하기 전에 12년 가까이 장례사업을 했어요. 그 와중에 돈이 없어서 장례를 제대로 못 치루는 사람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나중에는 죄책감까지 들더군요. 조합을 만들게 된 계기입니다.”
9월에 사업을 시작했지만 조합원이 벌써 300명을 돌파했다. 가입하고 싶다고 먼저 연락이 온 회원도 있다. 윤 이사의 진심이 통한 것이다.
2017년은 더 바빠질 전망이다. 병원과 연계한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곽병원, 스마트치과 등 대구시내의 7개의 병원과 제휴를 맺고 후원하는 이들에게 할인 혜택을 주고 있지만, 아직 병원 수가 부족하다. 조합원이 더 모여야 본격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윤 이사는 조합원이 만 명은 넘어야 후원 사업을 본격적인 궤도에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종 목표는 최종목표는 150명 이상의 환자 수용이 가능하고 장례까지 치를 수 있는 조합병원을 만드는 것이다.
“최근 병원들이 수익에 집중하면서 환자들이 병원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못 받고 있습니다. 일반인도 그렇지만 사회소외계층을 비롯한 취약 계층은 더욱 힘듭니다. 취약 계층 서비스를 전담하는 병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윤 이사는 “조합병원을 통해 모두가 편안히 치료받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병원문화, 장례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영민 기자 tjy9182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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