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사법부의 제동으로 멈춰선 가운데, 트럼프 정부가 현재 고려 중인 4가지 대응 시나리오를 1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소개했다.
가장 설득력 있는 선택지는 행정명령 항소심을 맡은 샌프란시스코 제9 연방항소법원에 재심리를 요청하는 방안이다. 제9 연방항소법원 소속 3명의 재판부는 지난 9일 행정명령 효력 재개를 요청한 법무부 항고를 기각했다. 하지만 사안이 중대한 만큼 소송 당사자인 미 법무부와 워싱턴ㆍ미네소타주가 원할 경우 11명 판사로 구성된 전원합의체(en banc) 재심리를 진행할 수 있다. 법무부는 이 경우 오는 16일까지 관련 서면을 제출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는 재심리 여부와 상관없이 항소법원에서 공방을 이어갈 수도 있다. 항소법원은 항고 기각 결정에 이어 향후 수 주간 행정명령의 위헌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합헌 결정에 있어 법무부는 행정명령이 합리적 절차로 도출됐다는 점과 무슬림 차별 의도가 없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돼 비교적 승산이 높다. 다만 변론 서면 제출 기한이 내달 29일이어서 “판결 시점에는 행정명령이 이미 만료돼 (승리한다 해도) 상징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WP는 지적했다.
또 다른 유력 방안은 새로운 이민 규제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0일 “새로운 명령을 작성하는 것을 포함해 다른 옵션들도 갖고 있다”며 사법부를 우회할 새 행정명령 시행을 예고했다.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나 난민 심사 절차를 보완하거나 입국 금지 조치를 비자 미소지자에 한해 적용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법원에서 보자”며 예고한 대법원 재항고는 현재로서 실현 가능성이 가장 낮다. 실제 미 법무부는 13일 제임스 로바트 시애틀 연방지방법원 판사에 ‘항소법원이 사안을 재검토할 때까지 추가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 말아달라’고 요청, 재항고 계획을 보류 중임을 시사했다.
한편 버지니아주 연방법원도 13일 버지니아주가 제기한 반이민 행정명령 집행 중단 신청을 받아들였다. 소송을 담당한 레오니 브링케마 재판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슬림 금지’ 대선 공약이 행정명령이 무슬림을 타깃으로 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며 행정명령 시행을 금지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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