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나달(30)이 삼촌 토니 나달(55)과 27년간 이어온 사제 관계에 마침표를 찍는다. ESPN은 14일(한국시간) 토니 나달이 코치로서의 역할을 정리하고 유망주를 육성하는 ‘라파엘 나달 아카데미’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토니 나달은 12일 이탈리아 매체 ‘일 테니스 이탈리아노’와의 인터뷰에서 라파엘과의 관계는 변함 없이 좋지만, 캠프 안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코치를 그만 두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조카와 나의 관계는 언제나 항상 최고였고,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위기를 겪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달이 열일곱 살이 될 때까지 모든 것을 결정했던 사람은 나였다. 하지만 카를로스 코스타(나달의 에이전트)가 매니저로 오고, 그가 나달의 아버지와 가까워지면서 서로의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며 “해마다 내가 직접 결정할 일이 줄었고, 지금은 아무 것도 결정할 게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라파엘 나달 아카데미’에서 젊은 유망주를 육성하는데 힘을 쏟을 예정이다.
선수 출신인 토니 나달은 조카 나달을 테니스로 이끈 주인공이자 엄격한 훈련으로 지금의 나달을 완성시킨 코치다. 나달이 테니스를 시작한 세 살 무렵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테니스와 관련된 결정은 모두 토니의 손을 거쳤다. 토니는 삼촌으로서의 역할도 잊지 않으며 조카의 인성교육도 담당했다. 그는 나달이 명성을 얻고 난 후에도 연습 후 코트는 직접 정리하라고 시키고, 후원 받은 신발을 꺾어 신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칠 정도로 세심하게 나달을 챙겼다.
라파엘 나달은 삼촌의 지도 하에 그랜드슬램 대회에서만 총 14개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2014년 중반 무릎 부상 이후 나달은 슬럼프를 겪기 시작했고, 자신감 하락 등 정신적 차원의 문제로 이어졌다. 2017 호주오픈이 거의 3년 만에 오른 나달의 메이저 대회 결승전이었을 만큼 슬럼프는 길게 이어졌다. 존 매켄로 등 외부 전문가들은 나달에게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무엇보다 코치를 교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결국 라파엘 나달은 지난해 12월 전 세계랭킹1위 카를로스 모야(40ㆍ스페인)를 코치로 영입했다. ESPN은 마요르카 출신으로 나달과 고향이 같은 카를로스 모야가 “코치는 물론 멘토”의 역할까지 맡게 될 것이라 전했다. 나달은 새로운 코치를 영입하면서도 “다른 누구보다 토니 삼촌은 내 코치다. 만약 토니가 만족하지 않았다면 (모야를 코치로 영입하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변화는 성공적이었다. 나달은 라이벌 로저 페더러와 맞붙은 호주오픈 결승전에서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쉽게 패했지만, 전성기와 다르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며 재기의 기대감을 자아냈다. 새 코치의 영입이 효과를 보면서 그의 오랜 코치 토니 나달과의 결별도 자연스러운 수순이 됐다.
한편 ‘라파엘 나달 아카데미’는 라파엘 나달이 지난해 10월 자신의 고향인 마요르카에 세운 기숙형 선수 육성 학교로 테니스 교육과 학교 공부를 함께 진행한다.
정우진 인턴기자(연세대 사회학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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