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금메달리스트 하뉴 유즈루(23ㆍ일본)가 올림픽 2연패 꿈을 안고 링크에 섰다. 실제 경기가 아닌데도 훈련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이례적으로 200여 명의 팬들이 몰렸다. 일본에서 건너온 팬 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 팬 그리고 취재진은 하뉴의 동선에 따라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빴다.
지난 13일 한국 땅을 처음 밟은 하뉴는 16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개막하는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유럽 제외)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및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에 출전한다. 공식 훈련을 시작한 첫 날인 14일 하뉴는 브라이언 오서(캐나다) 코치와 함께 링크에 올라 쇼트프로그램 음악에 맞춰 몸을 풀었다.
링크를 질주하며 체온을 끌어올린 뒤 장기인 쿼드러플(4회전) 점프 훈련을 했고,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과 쿼드러플 살코-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연습에 집중했다. 40분 가량 진행된 훈련을 마친 뒤 하뉴가 팬들에게 인사를 하자 관중석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하뉴는 남자 싱글 세계 최고점(330.43점) 보유자로 평창 올림픽 유력 금메달 후보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한 차례 우승(2014년)과 두 번의 준우승(2015년ㆍ2016년), 1개의 동메달(2012년)을 목에 걸었다. 4대륙 대회에서는 우승 경험이 없지만 올림픽 모의고사인 이번 대회에서 리허설을 성공적으로 마치겠다는 각오다.
하뉴는 실력뿐만 아니라 드라마틱한 스토리로도 유명하다. 두 살 때부터 천식을 앓아 지금도 천식흡입기를 손에서 놓을 수 없다. 스케이트는 누나를 따라 네 살 때 처음 탔는데 다니던 동네 링크가 재정 문제로 문을 닫았다. 다른 링크를 찾아 훈련을 이어갔지만 그마저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 피해로 무너졌고, 집도 붕괴됐다. 하지만 하뉴는 전국 각지를 돌며 훈련을 꾸준히 한 결과, 2012년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목에 획득하고 차세대 스타로 주목 받았다. 이후 김연아의 스승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2014년 소치 올림픽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하뉴는 소치에 이어 1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에서 올림픽 2연패로 선수 생활의 정점을 찍을 계획이다. 평창 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에서 첫 훈련을 마친 그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링크가 아주 마음에 들고, 시설도 훌륭하다”며 “이미 올림픽이 시작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능숙한 한국말도 선보였다. 하뉴는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유즈루입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한국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남겼다. 한국을 처음 찾은 소감에 대해서는 “한국하고 일본이 가까워서 큰 차이를 잘 모르겠다”며 “편하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한국 음식을 먹어보지 못했지만 삼계탕, 김치, 순두부는 알고 있다”고 웃었다.
한편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펼쳐지는 이번 대회에는 유럽을 제외한 4개 대륙 14개국 112명(임원 120명)이 참가해 남자 싱글과 여자 싱글, 페어, 아이스 댄스 4개 세부 종목에서 메달 경쟁을 한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흥행도 대박 조짐이다. 조직위는 “13일까지 총 입장권 3만1,900여 석이 판매됐다”고 밝혔다. 이는 2015년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4대륙 대회의 판매 좌석 수 6,500여 석의 5배에 달하는 것으로, 국내 개최 최다 관중을 이미 넘어섰다. 온라인 입장권 판매 수익 역시 6억3,000여 만원으로, 목동대회를 기준으로 산출한 당초 예상 매출 2억 8,000여 만원을 크게 웃돌고 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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