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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김도균, 시청자 마음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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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김도균, 시청자 마음 사로잡다

입력
2017.02.1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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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불타는 청춘’ 등 출연

늦깎이 예능스타로 발돋움

혼자 살다보니 편의점을 애용

10년간 쌓인 포인트가 100만점

“국내 3대 기타리스트 호칭도

편의점계의 만수르도 내 모습”

기타리스트 김도균은 "끼니 때우러 가기 시작한 편의점인데, 이제 편의점 마니아가 됐다"며 식빵 위에 감자칩을 올린 자신만의 편의점 레시피를 소개했다. 최재명 인턴기자
기타리스트 김도균은 "끼니 때우러 가기 시작한 편의점인데, 이제 편의점 마니아가 됐다"며 식빵 위에 감자칩을 올린 자신만의 편의점 레시피를 소개했다. 최재명 인턴기자

“편의점이 집에서 10m 거리에 있어서 옆집 놀러 가듯 갔는데 어느새 ‘편의점계의 만수르’가 됐네요.”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혼자 사는 중년이라 간편한 편의점 도시락을 애용했을 뿐이다. 자주 가다 보니 2007년부터 포인트를 적립하게 됐고, 적립 10년이 된 해에 포인트 100만점을 달성했다. 1억원 이상을 지불해야 가능한 수치다.

‘원조 탕진잼’(소소하게 낭비하는 재미를 뜻하는 신조어)의 면모를 보이는 이 중년 스타는 검소한 매력을 곳곳에서 뽐낸다. 지난달엔 새해를 맞아 그동안 끌고 다니던 1995년식 소형차를 폐차하고 270만원에 2007년식 중고 중형차를 구매했다.

남다른 생활방식은 예능프로그램에 좋은 소재가 됐다. 그는 SBS ‘불타는 청춘’에서 “직렬 6기통이다. 실크처럼 잘 나간다”며 새로 구입한 중고차를 자랑하고 tvN ‘편의점을 털어라’에서는 편의점 포인트 적립 노하우를 소개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았다. 눈에 띄지 않는 일로 대중의 눈을 사로잡으며 늦깎이 예능스타로 발돋움했다. 밴드 백두산의 기타리스트 김도균(53)의 얘기다.

김도균은 애써 웃기려 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예능 트렌드를 따르지 않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관을 그대로 보여주며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9일 오후 한국일보에서 만난 김도균은 TV 속 모습 그대로 소탈했다. 그는 낡은 검은색 가방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물건을 잘 버리지 않는다. 제일 오래된 물건은 1983년에 구매한 빨간 기타”라고 겸연쩍게 웃었다.

김도균은 40년 동안 헤비메탈만 파고든 유명 기타리스트다. 1986년 백두산 멤버로 데뷔해 ‘어둠 속에서’ ‘말할걸’ ‘뛰어’ 등의 곡을 연주하며 500회 넘게 무대에 올랐다. 1989년 가수 임재범과 영국으로 건너가 현지 연주자 2명과 그룹 사랑(sarang)을 결성해 6개월 동안 활동하며 영국 BBC 지역 라디오에 출연하기도 했다. 요즘도 예능프로그램 촬영이 없는 날이면 기타를 쥐고 앉아 1980년대 헤비메탈과 전자음악의 접목을 연구한다.

기타를 연주하는 손끝은 여전히 살아있지만, 이제 ‘국내 3대 기타리스트’라는 호칭보다 ‘편의점 포인트왕’이라는 수식이 더 어울린다. 편의점은 식당 가듯 하루에 2번씩 간다. 처음엔 즉석밥을 사러 갔다가 이제는 설거지 할 필요 없는 도시락을 구매하는 수준이 됐다. 혼자 사는 김도균은 늦은 밤에도 불이 켜져 있고 대화할 누군가가 있는 편의점이 “친구 같다”고 했다. 편의점 사장이 서비스로 남은 제품을 주기도 하고 명절이면 전까지 나눠준다. ‘불타는 청춘’ 출연도 친구를 사귄다는 순수한 목적이었다니 편의점에 대한 그의 애정은 오죽하겠는가.

김도균은 중년 세대보다 2030세대에게서 인기를 실감한다. 그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이해해줄 것 같은 중년”을 인기의 이유로 들었다. 편의점을 좋아하고 가죽바지와 가죽재킷을 즐겨 입는 자신의 모습이 젊은 세대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전 1980년대부터 늘 똑같은 것을 좋아했어요.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절 이해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죠. 젊은 시절에는 특이한 사람 취급을 당하고는 했는데, 요즘에는 제 스타일을 젊은 친구들이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김도균은 여전히 자신에게 10대의 열정이 있다고 믿는다. 그 에너지를 음악 작업을 할 때 뿐 아니라 방송을 할 때도 드러내려고 노력한다. 그는 “영국의 유명 로커들 공연을 보면 70대인데도 격렬한 에너지를 과시한다”며 “항상 젊은 에너지를 지니려고 노력하는데 방송에도 그런 부분이 비춰지는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젊은이들과 통하는 자신만의 특징으로 ‘혼밥’ ‘혼자 영화보기’도 들었다. 1980년대부터 ‘혼밥족’을 자처해온 그는 ‘혼밥족’이 보편화된 최근에야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자유로워졌다. “‘혼밥족’이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 참 반가웠어요. 이제 초라해 보이는 게 아니라 하나의 생활 방식으로 자리 잡은 거잖아요. 취미 생활을 혼자 즐기는 2030세대를 보면 친구 같은 느낌도 들어요. 앞으로 ‘혼밥족’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기타리스트 김도균은 SBS '불타는 청춘'에서 중년 연예인 답지 않은 순수한 면모로 2030세대 시청자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SBS 방송화면 캡처
기타리스트 김도균은 SBS '불타는 청춘'에서 중년 연예인 답지 않은 순수한 면모로 2030세대 시청자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SBS 방송화면 캡처

2030세대에게 예능 이미지로만 비춰지는데 고민은 없을까. 김도균은 “문제될 것 없다”고 했다. “물이 비, 수증기, 얼음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지만 본질은 똑같은 것처럼, 다른 모습으로 비춰진다고 해도 자신의 본질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편의점 포인트왕’이라는 이미지 말고 자신의 다른 모습을 소개해달라고 하자 최근 겪는 음악적 고민들을 털어놓았다.

“전자음악의 시대지만 록 장르를 깊게 연구해보면 그 안에 분명 동양적인 요소가 있거든요. 비틀스도 동양 종교에 관심이 많아 동양 문화의 영향을 받았고요. 사이키델릭 음악 속에 동양적 철학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저는 록에 우리 국악을 가미해 그 동양적인 소리들을 극대화해보고 싶어요. 요즘 음악의 성질이 점점 획일화되고 있잖아요. 앞으로 이런 시도가 더욱 중요해질 거라고 봐요.”

국악과 록의 결합은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던 주제다. 지난달 21일 그는 재즈 색소폰 연주자 이정식과 KBS국악관현악단의 무대에 서기도 했다. 백두산 활동은 여전히 중단한 상태이나 예능 스타가 아닌 기타리스트로서 대중과 만나 공유할 수 있는 음악들을 선보이고 싶어한다. “과거 록밴드 음악은 기타리스트에 의해 좌지우지됐거든요. 제가 솔로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백두산의 음악과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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