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대행사에 다니는 정모(32)씨는 약 1년 전부터 금요일 저녁이 되면 부서원 10여명이 포함된 업무용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대화방을 나간다. 평일은 어쩔 수 없다 쳐도 주말만이라도 업무 얘기가 오가는 SNS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13일 그는 “급한 업무를 놓거나 연락을 받지 않는 등 무책임하게 행동하진 않았다”고 했다.
방송프로그램 제작사를 운영하는 최모(46)씨도 최근 주말에 슬그머니 업무용 대화방을 떠났다. 휴일에도 활발히 업무 논의를 하는 직원들이 피곤해 보이고, 불현듯 자신이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직원들은 ‘대표님이 화가 난 것 아니냐’고 최씨를 다시 초대했지만 그의 뜻을 접하곤 대표의 휴일 탈퇴를 허락했다. 그날 이후 업무용 대화방은 주말에 조용했다.
퇴근 후에도 SNS 업무 폭탄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휴일, 휴가만큼은 ‘SNS 해방’을 감행하고 있다. 주말(휴가) 직전 단체대화방을 ‘탈퇴’했다가 업무 복귀와 동시에 ‘초대’ 받는 식이다. 퇴근 후 업무카톡(카카오톡) 금지법안이 논의되고 일부 기업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자제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직장인에겐 하늘에 별 따기라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선 휴일 대화방 탈퇴가 다른 구성원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출판사에 다니는 엄모(31)씨는 “주말에 누군가가 단체대화방을 나가면 월요일엔 누군가가 또 초대를 해줘야 하고, 그 사이 있었던 중요한 얘기를 알려줘야 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SNS 탈퇴로 그간 공유돼 온 많은 정보들을 잃었다”고 단점을 짚은 경험자들도 있다. 일시 탈퇴 대신 주말엔 알림 기능을 꺼놓고 휴대폰 자체를 멀리하는 게 대안이라고도 한다.
지난해 10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관련 논쟁도 벌어졌다. 한 네티즌이 휴가 때 업무용 대화방을 나간 후배의 행동을 언급하며 “업무 흐름을 놓칠 수 있는데, 상식 선에선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전하자 게시판이 뜨겁게 달아오른 것. 해당 게시물엔 2만5,000개가 넘는 찬반 글이 달렸다.
이런 논쟁이 논의로 이어지면서 일부 기업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게임업체 넷마블은 13일부터 본사와 계열사 전체를 대상으로 퇴근 후 SNS 업무지시를 전면 금지했다. 마케팅대행사를 운영하는 홍유정(40)씨는 “직원들의 퇴근 후 온전한 휴식 보장을 위해 업무 대화는 PC기반 메신저로만 나누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법인 한벗의 시이석 노무사는 “근무 외 시간에는 구성원 모두가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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