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보다 작지만 탄탄한 지휘본부
송영길 총괄본부장 주재하는
오전 전략회의서 캠프 방향 결정
오후 회의에선 긴급 현안 체크
강기정 상황실장이 SNS 통해
임종석ㆍ김경수 등과 의견 교환
1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대산빌딩 5층 회의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를 지휘하는 캠프 사무실에서 임종석 비서실장 주재로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캠프가 입주한 지 불과 이틀 만이라 어수선할 법도 했지만 긴장감은 팽팽했다.
임 실장이 “문 대표 신변 안전 문제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운을 떼자 참석자들은 각자 메모에 열중했다. 이튿날 문 전 대표의 대구 방문을 앞두고 극우단체 회원들이 문 전 대표를 겨냥한 ‘촛불내란선동 규탄대회’를 예고했기 때문에 이날 회의 분위기는 더욱 심각했다. 캠프 관계자는 지난달 8일 경북 구미 방문 때 발생한 억류 사건을 거론하면서 “대구ㆍ경북 일정은 더욱 꼼꼼히 챙기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실제 캠프에서는 문 전 대표의 대구 방문 이후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까지 이동하는 동선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경찰에 신변보호도 요청했다.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김경수 대변인 명의로 성명서도 냈다.
민주당 임시 당사에 입주한 캠프
선거, 특히 대선에서 캠프(Camp)는 승패의 알파와 오메가나 다름 없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거대한 선거대책위원회를 조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현실적으로 베이스 캠프 없이 대선을 치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캠프에서 사실상 선거 전 과정을 총괄 지휘하기 때문에 캠프를 보면 각 주자 내지 후보의 면면과 선거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승리한 후보의 캠프 멤버들이 대부분 청와대로 직행한다는 전례에 비춰 차기 정권의 인적 구성도 가늠해 볼 수 있다.
또 각 주자들은 캠프의 지리적 위치에도 상당히 민감하다. 문재인 캠프가 들어선 대산빌딩은 2012년 대선 패배 후 김한길 전 대표가 영등포 당사를 폐쇄하고 ‘미니 당사’를 차린 곳이다. 지난해 당권 도전에 나섰던 송영길 총괄본부장의 선거 캠프였던 만큼 문 전 대표와 민주당엔 각별한 인연이 깃들어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캠프는 30석 규모의 기자실로 이용될 405호와 5층 전체를 이용하고 있었다. 5층은 501호에 입주한 비서실과 수행팀을 비롯해 기능과 본부 별로 5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여의도 빌딩 중에서 평당 임대료가 가장 저렴한 곳”이라고 했다. 2012년 대선 때보다는 규모가 작아졌다. 당시 문 전 대표는 동여의도 증권거래소 인근 동화빌딩에 660㎡(200평)을 임대해 ‘담쟁이 캠프’ 사무실로 이용한 반면, 이번에는 대산빌딩 4층 일부를 포함해 460㎡(139평)으로 규모를 줄였다. 작지만 더 내실 있는 캠프를 만들겠다는 취지인 셈이다.
후보의 이미지까지 관리하는 캠프
캠프는 오전 10시 송 총괄본부장 주재로 열리는 전략기획회의로 시작한다. 문재인 캠프의 방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이 회의에는 전병헌 전략본부장 및 홍종학 정책본부장, 노영민 조직본부장 등의 캠프 핵심은 물론 실무진들까지 참석해 주요 현안들을 점검하고 전략을 짠다. 이날 회의에서는 저녁에 예정된 문 전 대표의 방송 출연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예상질문과 답변 등을 다시 확인하고,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이 모아진 내용은 정책본부 산하의 각 팀으로 넘어가 보강되는 식이었다.
오전 전략회의와 함께 오후 2시 회의도 중심축이다. 이 자리에는 주로 문 전 대표의 일정 및 동선 체크와 긴급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의제로 오른다.
캠프의 주요 임무 가운데 하나는 문 전 대표가 발표할 메시지 작성이다. 오전 오후 회의를 통해 공감대가 형성되면 메시지 팀에서 틀을 잡아 문 전 대표에게 전달하고 이후 문 전 대표 의견이 더해져 외부로 발표된다.
최근 방송출연과 각종 매체 인터뷰가 쇄도하면서 문 전 대표의 이미지 관리도 캠프의 주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가 됐다. 어눌한 이미지의 단점은 최소화하고 장점으로 꼽히는 중후한 맛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게 요즘 주요 과제다.
회의 시간과 상관 없이 긴급현안은 상황실장으로 임명된 강기정 전 의원이 최종 책임을 진다. 강 전 의원은 또 임 실장과 김 대변인 등의 실무자들과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상시적으로 의견을 교환한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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