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재등판론에 정치적 시험대
바른정당 고문인 김무성 의원이 정치적 시험대에 놓였다. 지지 그룹을 중심으로 김 의원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번복하고 출사표를 던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바른정당 의원들은 12일 당 워크숍을 끝낸 뒤 여의도의 한 치킨집에 모여 뒤풀이를 했다. 그 자리에서 김 의원의 재등판 여부가 화제에 올랐다. 특히 김영우ㆍ홍철호 의원 등 일부는 김 의원 면전에서 “불출마 번복은 안 된다”고 고언을 했다. 김영우 의원은 “불출마 선언은 국민과의 약속인데 이를 저버리면 안 된다”며 “(출마해) 지지율마저 낮을 때는 김무성 의원은 물론 당까지도 위기에 놓인다”고 말했다고 한다. 홍 의원 역시 “이미 출마를 선언한 당의 두 대선주자(유승민ㆍ남경필)는 물론 김 의원의 정치적 입지까지 흔들리게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계은퇴를 번복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의 예를 들면서 출마를 설득하는 의견도 있나 본데 불과 석 달 전 불출마 선언을 번복하는 것과는 경우가 다르다”는 의견도 나왔다.
자리에 함께한 한 의원은 “서운해하지 마시라”는 의원들의 재등판 불가론에 김 의원이 허허 웃으며 “서운할 것 없다”는 말만 했다고 13일 전했다.
‘김무성 재등판론’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도 포기로 범여권 후보의 구심이 없어진 데다 당의 두 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의 지지율이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자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 워크숍에 초청된 정치평론가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특강에서 “당시 (불출마) 판단이 잘못됐다면 국민께 사죄하고 재등판하는 게 맞다”며 “바른정당이 대선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려면 김 의원이 자신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의원과 가까운 한 정치권 인사는 “지지율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준하는 수준으로 나와야 가능한 일”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정치생명을 끊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는 책임”이라고 강조해온 김 의원 자신의 신념을 저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23일 “박근혜 정부 출범에 일익을 담당한 사람으로서 국가적 혼란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했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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