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확산일로다. 13일 충북 보은군 마로면 상장리의 한우농가에서 여섯 번째 구제역 사례가 확인됐고, 인근 지역에서 의심 농가 두 곳도 새로 발견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시ㆍ도 우제류 타지역 반출 금지 기간을 19일까지 연장하는 한편 긴급 백신 확보에 나섰다.
당장은 백신수급이 문제다. 정부는 지금까지 O형 구제역을 제외한 다른 유형의 발생 상황에 거의 대비하지 않았다. 당초 경기 연천서 발생한 A형 구제역에 관한 백신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한때 ‘A형 백신 무방비 상태’라는 불안이 번졌으나 다행히 O+A형 백신으로도 방어가 가능한 것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O+A형 백신 재고량이 99만두 분에 불과한 데다 추가 계약 물량 160만두 분은 2월 말이나 3월 초에 도착할 예정이어서 공백기간의 백신 부족 사태를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 큰 걱정은 밀집사육 비중이 큰 돼지의 구제역 감염 가능성이다. 돼지는 소에 비해 바이러스 증식이 폭발적이고, 바이러스 배출량도 1,000배나 된다. 그런데도 전국 1,000만여 돼지에는 A형 바이러스 백신을 제대로 접종하지 않은 상태다.
가장 믿기 어려운 것은 이른바 ‘항체형성률’이다. 여섯 번째 농가의 항체 형성률 역시 81%로 법적 기준(80%)을 웃돌았다. 백신 접종을 했는데도 효능이 없었다는 얘기다. 구제역이 발생한 6곳 모두 지자체 접종 농장이 아닌, 자가 접종 농장이었다. 농가의 백신 보관, 취급, 접종 과정이 매뉴얼대로 정확히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백신 접종을 농가에 맡기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일깨운다.
항체형성률 통계작성 방식도 문제다. 방역당국은 전체 농가의 10%를 표본으로 사육 두수에 관계없이 농가 1곳당 무작위로 한 마리의 소만 검사해 항체를 확인했다. 표본이 전체 소의 0.8%에 불과하다. 더욱이 한 마리에서 항체가 나오면 다른 소도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간주한다.
보다 근본적인 구제역 대책도 시급하다. 정부는 여러 차례 중앙과 지방조직 간의 유기적 운영체계, 방역전문인력 확보 등 가축방역조직 재정비 다짐을 내놓았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한국형 백신 연구개발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었으나 올 들어서야 겨우 신규 연구과제의 하나로 선정됐다. 350만마리 살처분이라는 사상 최악의 사태를 빚은 2010년을 포함, 구제역은 16년간 여덟 차례나 반복됐다. 살처분 등에 투입한 세금이 수조 원에 이르렀는데도 과거의 경험을 살리지 못하니, 한심하고 안타깝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