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 협조… 中 보복이 문제”
연 3조원대 매출 중국사업 타격
현지 계열사 전체 세무조사 이어
사업장 폐점ㆍ철수 보복 징후도
“10조원 투자했는데 배려 없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배치가 몰고 올 후폭풍은 연 매출 3조원대의 롯데 전체 중국사업의 존립 여부를 뿌리 채 흔드는 엄청난 충격파가 될 전망이다. 롯데는 이달 말 사드부지로 결정된 경북 성주군 롯데스카이힐골프장(성주골프장)에 대한 국방부와의 맞교환 작업을 매듭짓기로 하고 그 동안 엄중 경고에만 그쳤던 중국의 보복이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초비상 상태이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12일 “이달 말 사드 부지 제공과 관련된 이사회를 열고 이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며“최고경영진은 한중 양국의 최대 관심사인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 결정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관계자는 “문제는 이사회 결정 이후 구체화될 중국의 날 선 보복”이라며 “사드 부지 제공이 몰고 올 후폭풍이 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특검 상황보다 더 엄중할 것이지만 국가의 안보와 관련된 사항이라 협조해야 한다는 그룹의 기본 방침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는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하는 방안을 놓고 지난 3일 첫 이사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미뤄왔다. 표면적으로는 배임문제 등을 우려해 상법상 이사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중국의 보복을 우려한 시간 끌기 작전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이달 말 이사회 속개로 롯데와 국방부간의 부지 맞교환이 마무리 될 경우 연간 매출 3조 2,000억원 대에 이르는 롯데의 중국 사업은 막대한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롯데는 최악의 경우 중국 사업 전체가 붕괴할 수도 있어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정부는 사드 한반도 배치를 미군과 합의한 뒤, 성주군 성산포대에 사드를 배치장소로 결정했다. 하지만 성주군민 등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롯데 성주골프장으로 위치를 바꾸는 안을 내놨다. 그리고 지난 11월 국방부의 군용지인 경기 남양주 부지와 성주골프장을 교환하기로 롯데와 합의했다. 당시는 면세점 선정 발표가 한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었다. 면세점 탈환이 지상과제였던 롯데는 심사를 코앞에 두고 정부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중국의 잇따른 경고는 강력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1월 국방부와 롯데가 토지 교환에 합의하자 바로 2주 뒤 중국내 롯데 계열사 150여 개 전체 사업장과 공장 등에 대한 전례 없는 일제 세무조사와 소방ㆍ위생ㆍ안전 점검 등을 실시했다. 또 지난해 말 중국 선양에 짓는 롯데월드 선양의 공사가 전격 중단됐다. 롯데월드 선양은 부지 16만㎡, 건축면적 150만㎡ 규모로 롯데가 2008년부터 3조원을 들여 추진해온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의 일부다. 롯데는 선양에 테마파크는 물론 쇼핑몰, 호텔, 아파트 등을 지어 대규모 롯데타운을 건설할 계획인데 이미 백화점 영플라자 영화관 등은 문을 열고 영업 중이다.
보복 징후는 다른 곳에서도 나타났다. 롯데가 최근 중국 베이징에 있는 롯데슈퍼 3곳의 폐점을 결정한 것과 중국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대표적인 쇼핑몰인 텐마오에서 롯데의 플래그숍이 철수한 것도 사드와 연결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중국의 보복이 현실화된 게 아니라 강력한 경고만 내려진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세무조사와 각종 점검 등에 대한 결과를 가지고 보복조치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경우”라고 예상했다. 롯데 관계자 역시 “각종 조사 결과를 근거로 막대한 규모의 추징금을 부과하거나 그 동안 공들인 마트와 백화점 등의 사업장이 당장 문을 닫는 상황에 닥치면 롯데 중국 사업 자체가 와해될 수 밖에 없다”며 “최악의 경우‘롯데월드 선양’과 ‘롯데월드 청두’ 등의 대형 프로젝트마저 전격 중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크게 우려했다. 여기에 지난해 6조원 넘는 매출을 올린 국내 롯데면세점도 주 고객이 중국인관광객(70%)이라 후 폭풍을 피해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롯데 측은 사드부지 제공 결정이 내려질 이달 말 이후 이르면 3월 중순 중국의 보복이 현실화 할 것으로 보고 각종 시나리오에 맞춰 대응전략을 강구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답답한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어차피 맞을 수밖에 없는 매가 아니겠는가”라면서도 “1993년 중국 진출 이래 10조원을 투자해 사업하는 기업에 대한 배려 없이 사드 배치에 따른 손실의 책임을 기업 혼자서만 감당케 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성원 선임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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