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장거리 간판 김보름(24ㆍ강원도청)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리허설에서 ‘금빛 질주’로 한국 빙속의 자존심을 세웠다.
김보름은 12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8분00초79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마지막 바퀴까지 다카기 나나(일본)에게 뒤졌지만 막판 레이스에서 0.11초 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김보름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김보름은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 금빛 전망도 밝혔다.
김보름의 금메달로 ‘노 골드’에 그칠 뻔했던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대회 마지막 날 처음으로 경기장에 애국가가 울려 퍼지게 했다. 앞서 ‘빙속 여제’ 이상화(28ㆍ스포츠토토)는 5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남자 장거리 간판 이승훈(29ㆍ대한항공)은 팀 추월 경기 중 오른쪽 정강이를 다쳐 주 종목 매스스타트에 결장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내년 평창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한 매스스타트는 출전 선수들이 지정된 레인 없이 400m 트랙을 16바퀴 돌아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가 우승하는 종목이다. 쇼트트랙처럼 경기를 주도하는 운영 능력과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여 다른 선수를 추월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2006년 성화중 1학년 때 쇼트트랙에 입문했다가 2010년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후 두각을 나타낸 김보름에게 매스스타트는 맞춤형 종목이었다. 김보름은 올 시즌 ISU 월드컵 매스스타트에 4차례 출전해 금메달 2개와 동메달 2개를 땄고, 세계 랭킹은 당당히 1위였다.
이날 김보름은 12바퀴까지 7~8위를 유지하다가 레이스를 거듭할수록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마지막 바퀴에서는 2위까지 올라온 뒤 결승선을 앞두고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김보름은 경기 후 “기분은 말할 것도 없이 좋다”며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라 압박을 받지는 않았고 평소 월드컵 대회처럼 똑 같은 마음으로 준비를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한국 빙속 노골드 얘기가 나오길래 살짝 긴장했다”며 “메달을 한번 노려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덧붙였다. 평창 올림픽 준비에 대해서는 “변수가 많은 종목이라 열심히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며 “노력하면 하늘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안방에서 열린 평창 올림픽 모의고사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이번 대회에서 획득한 메달은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로 단 2개뿐이다. 하지만 이상화는 무릎 및 종아리 부상을 안고도 37초48로 자신의 올 시즌 500m 최고 기록을 내며 부활을 알렸다.
또 김보름은 기대대로 매스스타트 정상에 올랐고, 남자 매스스타트 세계 랭킹 1위 이승훈은 부상 불운이 따랐지만 올림픽 금메달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다. 또 남자 1,500m에 출전한 빙속 기대주 김민석(18ㆍ평촌고)은 첫 세계선수권에서 1분46초05로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5위에 올랐다. 3위 스벤 크라머(네덜란드ㆍ1분45초50)와 불과 0.55초 차이 밖에 나지 않아 기대감을 키웠다.
강릉=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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