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위한 웹접근성 의무화
음성 프로그램이 읽을 수 있게
이미지에 텍스트 보완 규정
복지부 사이트조차 따르지 않아

1급 시각장애인 이은섭(58)씨는 며칠 전 새로 산 소화제의 자세한 복용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제약회사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이씨는 웹사이트의 텍스트를 읽어주는 프로그램인 ‘스크린 리더’를 이용해 자신이 찾는 소화제 이름이 나올 때까지 탭(Tab) 키를 눌러 이동했다. 그러나 페이지의 끝에 다다르도록 이씨는 이상한 숫자 조합과 “gif 이미지”라는 음성밖에 들을 수 없었다. 이미지 파일로 가득 찬 웹사이트에서 흔히 겪는 일이다. 결국 정보 찾기를 포기한 이씨는 “이미지나 플래시파일로 이루어진 일반 웹사이트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보통 빈 페이지나 마찬가지”라고 푸념했다.

시각장애인들은 인터넷에서 장을 보거나 원하는 정보를 정확히 찾기가 쉽지 않다. 시각장애인들이 ‘들을 수 없는’ 이미지 파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 12일 취약계층도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 접근에 불편을 겪지 않아야 한다는 웹 접근성 원칙에 따르면, 사이트를 만들 때부터 이미지나 지도 파일 주소에 텍스트 설명을 심어놓는 방식으로 관련 내용을 ‘읽어줘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민간 사이트는 이런 웹 접근성 준수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다.

특히 시각 정보가 주를 이루는 인터넷 쇼핑몰들은 대부분 시각장애인들에게 친절하지 않은 편이다. 지난해 문턱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다리를 다쳐 직접 마트에 갈 수 없었던 2급 시각장애인 김모(42)씨는 몇 번의 시도 끝에 인터넷 쇼핑을 포기해야 했다. 사이트에 접속해 겨우 회원가입까지 마쳤으나, 상품 상세 설명이 모두 텍스트 파일이 심어지지 않은 이미지 파일로만 등록돼 있던 탓이다. 스크린 리더로 읽을 수 있는 한정된 정보로는 선뜻 물품 구매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던 김씨는 결국 비장애인 보조인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실제 지난해 8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주요 대형마트 4곳의 홈페이지가 모두 시각장애인에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적용으로 2013년 4월 이후 웹 접근성 준수를 의무화한 공공기관도 이용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우체국과 고용센터 홈페이지의 이미지 대체 텍스트 제공이 미흡하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발표가 있었다. 이은섭씨는 “장애인들이 자주 들어가는 보건복지부 사이트조차 음성 프로그램 안내만 따라가다가는 중간에 길을 잃기 십상”이라며 “인터넷 사용에 익숙지 않은 시각장애인들을 배려해 사이트 체계를 단순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법은 있지만 처벌 규정이 없고, 관리 및 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강제력이 약한 게 문제”라며 “웹 접근성 확보는 크게 비용이 드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제작 단계부터 국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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