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장기화ㆍ시장 불확실성에
수시입출식 예금 등에 돈 몰려
작년 시중 통화량의 42% 차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시중을 떠도는 단기 부동자금이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저금리 기조와 경제 불확실성 고조로 갈수록 덩치를 키우는 ‘떠돌이 자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추정한 시중 단기 부동자금 규모는 1,010조3,000억원으로, 2015년 말(931조3,000억원)보다 79조원 늘며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
단기 부동자금은 사실상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초단기 금융상품이나 현금성 통화의 합계로, 명확한 항목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언제든 수익률을 좇아 금융시장의 대형 ‘쏠림 현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자금으로 통용된다. 작년 말 기준으로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497조8,000억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요구불예금(210조9,000억원) 현금(86조8,000억원) 머니마켓펀드(MMFㆍ61조3,000억원) 6개월 미만 정기예금(60조2,000억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ㆍ45조7,00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 단기 부동자금은 2012년 말 666조4,000억원에서 2013년 말 712조9,000억원, 2014년 말 794조8,000억원 등으로 매년 100조원 가량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15년에는 137조원이나 늘어 증가세가 높았다. 작년 말 기준 시중 총 통화량이 2,407조원임을 감안하면, 시중 자금의 무려 42%가 현금에 가까운 형태로 떠돌고 있다는 이야기다.
단기 부동화 추세가 심해지면 시중에 자금이 풀려도 기업의 투자나 가계의 소비가 늘지 않는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 저금리로 금융상품에 투자해도 만족할 만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앞으로 어떤 투자처가 유망한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단기 부동 자금만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금리, 환율, 주식, 부동산 가격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단기 부동자금 규모는 올해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과 가계가 자금 운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경기가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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