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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 남궁민의 인생작 3

입력
2017.02.1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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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남궁민은 KBS2 수목극 ‘김과장’에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KBS 제공
배우 남궁민은 KBS2 수목극 ‘김과장’에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KBS 제공

KBS도 놀랐다. 한류스타 이영애의 장벽은 그저 높기만 한, 넘을 수 없는 모험이었다. 하지만 배우 남궁민(39)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어려운 일을 해냈다. 그는 KBS 수목극 ‘김과장’으로 동시간대 경쟁작 SBS ‘사임당, 빛의 일기’를 방송 2주 만에 제치고 시청률 1위에 안착시켰다. 방송가에서는 “남궁민이 이영애를 가볍게 제압했다”고 입을 모은다. 두 드라마 모두 남궁민과 이영애에 기대어 펼쳐지는 스토리는 비슷하다. 이들은 모두 타이틀롤이다. 그러나 다채로운 연기에서 판이 갈린다.

남궁민은 ‘원맨쇼’라고 할 정도로 자유분방한 모습을 과감하게 드러낸다. 지방대 출신으로 한 조폭회사에서 회계를 담당한 게 전부인 김성룡(남궁민)의 대기업 경리 과장 도전기는 흥미를 유발한다. ‘김과장’은 지난달 25일 첫 회를 7.8%(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9일 6회에선 16.7%로 무려 1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반면 ‘사임당’은 15.6%로 시작해 9일 1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속 시원한 ‘사이다’ 화법도 ‘김과장’의 인기비결이다. 법인카드를 개인용도로 사용한 회장 아들에게 “아버지가 회장이면 개념을 지하주차장에 놓고 와도 돼?”라고 일갈하고, 회사 택배기사들의 고충을 듣고는 “(회사가)택배사원들에게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인간 자체에 관심이 없는 거겠지”라고 꼬집는다. 드라마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남궁민의 연기를 타고 더욱 신랄하게 다가온다.

남궁민(맨 오른쪽)은 SBS 시트콤 ‘대박가족’으로 데뷔했다. SBS 제공
남궁민(맨 오른쪽)은 SBS 시트콤 ‘대박가족’으로 데뷔했다. SBS 제공

SBS 시트콤 '대박가족'(2002)

"남궁뎅! 남궁뎅!"

남궁민의 첫 데뷔작은 아이러니하게도 시트콤이다. TV광고를 통해 간간이 얼굴을 내밀던 그는 선우용여 하유미 김병세 최성국 등 호화 캐스팅으로 무장한 SBS 시트콤 '대박가족'에 출연했다.

처음에는 큰 비중이 아니었다. 그저 선우용여와 임동진 부부의 둘째 딸 임미라(양미라)의 남자친구로 등장했을 뿐이다. 그렇게 시작은 미약했다. 그러나 2000년 한 햄버거 브랜드의 CF에 등장해 '버거소녀'로 인기를 얻었던 양미라가 '대박가족'에서 코믹한 설정을 대부분 담당하게 되면서 남궁민의 비중도 커지기 시작했다.

특히 양미라가 극중 남궁민의 엉덩이를 보고 지은 '남궁뎅'이라는 별명은 그를 알리는 데 일조했다. 뿐만 아니라 속 없이 여자친구가 시키는 일을 해내고, 여자친구가 투정을 부려도 화를 내는 법이 없는 캐릭터라 여성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그저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는 웃어 보일 뿐이다. 은테 안경에 은은한 미소를 지어 보이던 그는 한류스타 배용준을 연상시키며 '배용준 닮은 꼴' 배우로도 인기를 얻는데 성공한다.

그가 '대박가족'에 출연한 계기가 남다르다. 남궁민은 최근 KBS2 '해피투게더 3'에 출연해 CF를 함께 촬영한 적 있는 고 최진실이 자신을 시트콤에 출연할 수 있도록 해준 '은인'이라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최진실이 그를 제작진에 추천해 연기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얘기였다. 만약 최진실이 추천하지 않았다면 남궁민은 과연 배우로 도약할 수 있었을까.

영화 ‘비열한 거리’에 출연한 남궁민(왼쪽)과 조인성. 한국일보 자료사진
영화 ‘비열한 거리’에 출연한 남궁민(왼쪽)과 조인성. 한국일보 자료사진

영화 '비열한 거리'(2006)

남궁민이 악역에 대한 시험 무대가 된 작품이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그의 비굴하고 비겁한 연기가 영화 속에 깊게 박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비열한 거리’는 배우 조인성의 영화라고 할 정도로 그의 화려한 액션이 가장 먼저 주목 받았다. 남궁민의 존재는 영화를 홍보하는 동안에도 드러나지 않았다.

영화는 병든 어머니와 두 동생까지 책임져야 하는, 불우한 가정 환경 등으로 삼류 조직폭력배에서 2인자로 활동하는 병두(조인성)를 좇는다. 그러다 초등학교 동창 민호(남궁민)가 찾아오면서 상황이 조금씩 변한다.

영화감독을 준비하는 민호는 조폭을 주인공으로 한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며 병두에게 접근한 것이다. 그렇게 민호를 믿어 가던 병두는 자신이 저지른 추악한 일들을 모두 민호에게 털어놓는다. 민호는 병두의 이야기를 전부 영화로 만든다. 병두가 사람을 해친 일들이 모두 담긴 것이다.

결국 영화가 성공해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민호. 그러나 병두가 자신을 해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형사를 찾아가 모든 사실을 발설한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친구를 이용하고 배반하는 민호에게 관객들의 평가가 좋을 리 없었다.

남궁민 역시 "그 역할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지난해 방영된 SBS '잘 먹고 잘사는 법- 식사하셨어요'에서 "민호 역할이 비열하면 상관없는데 비겁하다"며 "배우 진구가 했던 역할(병두의 부하)이 탐났다"고 말했다.

남궁민은 SBS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악랄한 재벌 2세 남규만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SBS 제공
남궁민은 SBS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에서 악랄한 재벌 2세 남규만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SBS 제공

SBS ‘리멤버- 아들의 전쟁’(2015)

남궁민의 연기력이 폭발한 드라마다. 오죽했으면 극중 이름이었던 남규만이 주인공 서진우(유승호)보다 더 시청자들의 입에 오르내렸을까. 당시 20%의 높은 시청률도 남규만, 즉 남궁민의 신들린 연기 때문이었다.

남궁민은 ‘리멤버’에서 일호그룹의 후계자로 등장해 악랄한 연기를 능청스럽게 해내며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살인에 납치, 협박, 감금 등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고도 잘못을 모르는 재벌 2세의 안하무인 격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나 살인마잖아. 그럼 사람 하나 더 죽여도 되는 거 아니야? 어!” “너 오늘, 맞아서 한 번 죽어봐라” 같은 섬뜩한 대사를 술술 내뱉었다.

‘리멤버’는 그간 10년 넘게 연기 생활을 해온 남궁민에게 다시 한번 재평가를 받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고 지난 세월 동안 눈에 띄는 활동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이병헌과 함께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2000)에도 출연했고, 김기덕 감독의 영화 ‘나쁜 남자’에 얼굴을 내밀기도 했다. KBS1 일일극 ‘금쪽같은 내 새끼’와 KBS2 주말극 ‘진주 목걸이’로 긴 호흡의 드라마 경험도 했다. 하지만 남궁민만의 색깔을 드러내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리멤버’보다 앞서 SBS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2015)에 출연해 내공을 다졌다. 외모와 스펙이 출중한 스타 셰프 권재희가 사실은 연쇄살인마였다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연기가 압권이었다. 이후 ‘리멤버’에서 남규만으로 ‘악의 결정판’을 보여줬다. 웃고 울고 소리치는 등 다중인격적인 인물을 연기한 걸 보면 현재 방영 중인 ‘김과장’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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