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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 10년 원더걸스... 쓸쓸하고 찬란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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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 10년 원더걸스... 쓸쓸하고 찬란한 안녕

입력
2017.02.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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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데뷔 10년 만에 해체

미완성 곡 중에 하나 골라 발표

소박한 밴드 음악에 추억 담아

2. 멤버들 도전은 계속

예은ㆍ선미는 새 소속사서 활동

유빈ㆍ혜림은 JYP 남아 방향 논의

그룹 원더걸스는 박진영 JYP 대표 프로듀서가 만들어 준 ‘텔미’로 이름을 알린 뒤 10년이 흘러 자신들이 만든 ‘그려줘’로 음원 차트 1위를 하며 팬들과 작별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원더걸스는 박진영 JYP 대표 프로듀서가 만들어 준 ‘텔미’로 이름을 알린 뒤 10년이 흘러 자신들이 만든 ‘그려줘’로 음원 차트 1위를 하며 팬들과 작별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두 달 여전부터 준비한 고별송 ‘그려줘’

그룹 원더걸스는 두 달 여전부터 ‘작별의 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해체 발표에 앞서 노래로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싶어서다. “어떤 말로도 부족한 가장 원더걸스다운 (작별)인사가 음악”(예은)이라고 생각해 내린 결정이었다. 유빈과 예은, 선미, 혜림 네 멤버는 2015년에 낸 앨범 ‘리부트’를 계기로 밴드 콘셉트로 활동에 변화를 주면서 그간 만든, 미완성의 곡 중 하나를 골라 마지막 노래를 내기로 뜻을 모았다.

선택된 곡은 유빈과 예은이 작곡한 노래였다. JYP엔터테인먼트(JYP)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예은과 유빈은 이별의 심경을 담아 가사를 쓰고, 그 분위기에 맞춰 멜로디를 다듬었다. JYP의 또 다른 관계자에 따르면 원더걸스의 마지막 곡 녹음은 지난 달 회사 녹음실에 이뤄졌다. 오후 늦게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원더걸스와 JYP와의 마지막 작업이었다.

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그려줘’가 10일 세상에 빛을 봤다. 마지막 인사는 뭉클했다. “어리고 순수했던 날, 가끔이라도 좋아”라며 “아주 조금은 날 그리워해줘”라는 속삭임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원더걸스는 ‘마지막 축제’를 소박한 밴드 음악으로 꾸렸다. 쓸쓸한 전자기타 연주와 힘을 뺀 드럼 비트에 맞춰 지난 10년의 추억을 담았다. 밴드로 새 출발을 알렸던 원더걸스다운 마지막 인사였다. ‘그려줘’가 공개된 뒤 유빈은 이날 인터넷 팬 카페에 직접 글을 올려 “원더걸스와 팬들이 보내준 사랑은 절대 잊지 못할 삶의 한 부분으로 끝까지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고 뜨겁게 추억했다.

' 텔미'로 활동했을 때의 원더걸스. JYP 엔터테인먼트 제공
' 텔미'로 활동했을 때의 원더걸스. JYP 엔터테인먼트 제공

복고와 ‘후크송’ 신드롬… 빅뱅과 ‘K팝 한류’ 이끌어

지난달 해체를 발표한 원더걸스는 2006년 데뷔한 보이그룹 빅뱅과 ‘K팝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2007년 ‘아이러니’로 데뷔해 ‘복고 3부작’의 시작인 ‘텔미’로 신드롬을 일으킨 뒤 ’소핫’과 ‘노바디’를 연이어 성공시켜 전국을 들썩이게 했다.

원더걸스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친숙한 가사를 앞세운 ‘후크송’으로 아이돌 음악의 대중화에 이바지했다. 단순 반복 후렴구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아이돌 음악의 팬층을 중년층으로까지 넓히는 데 일조했다. 복고란 콘셉트를 일관적으로 내세워 그룹의 개성을 확보한 점도 신선했다. 여느 걸그룹이 멤버들의 미모만 앞세운 탓에 음악적 특징이 잘 떠오르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원더걸스가 지닌 강점이었다. 원더걸스는 국내 가수 최초로 2009년 미국 유력 음악차트인 빌보드의 메인 차트인 ‘핫 100’(‘노바디’)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룹 원더걸스는 '총알품'을 추며 '노바디'로 큰 인기를 누렸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원더걸스는 '총알품'을 추며 '노바디'로 큰 인기를 누렸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미국 진출, 멤버 잇단 탈퇴, 밴드 변신… 산전수전 끝판왕

“원더걸스는 아이돌그룹으로서의 나아갈 좋은 발전 방향을 제시”(김윤하 음악평론가)했다는 점에서 K팝 시장에서 상징적이었다. 섹시한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라 ‘총알’(‘노바디’의 춤)을 날렸던 걸그룹은 밴드로 변신해 아이돌로서 새 길을 열었다. 춤에서 악기 연주로 음악 방향을 바꿔 아이돌그룹이 장수 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과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원더걸스의 갑작스런 해체 소식에 팬들이 더 안타까워했던 데는 “이들이 거친 롤러코스터 같은 성장의 역사가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김상화 음악평론가)도 크게 작용했다. 국내에서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원더걸스는 미국으로 건너가 길거리에서 노래하며 ‘밑바닥’부터 새로 시작했다. 원년 멤버인 선예가 결혼을, 소희가 연기 활동을 이유로 2015년에 잇따라 탈퇴해 부침을 겪기도 했다.

역경을 딛고 원더걸스는 지난해 7월 레게 풍의 곡 ‘와이 소 론리’로 월간 음원 차트 1위(가온차트 기준)를 차지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데뷔 당시 불안한 가창력 등으로 혹평을 받기도 했던 소녀들이 어엿한 음악인으로 자라 보여준 성공은 하나의 반전 드라마였다.

원더걸스의 음악은 끝났지만, 멤버들의 도전은 계속된다. JYP를 떠난 예은은 ‘흑인 음악 명가’인 아메바컬처와, 선미는 보컬그룹 어반자카파가 속한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 등과 각각 접촉하며 홀로 음악 활동을 할 새 둥지를 찾고 있다. JYP에 남은 유빈과 혜림은 소속사와 활동 방향을 논의 중이다.

원더걸스를 비롯해 2009년 데뷔한 그룹 2NE1이 지난달 해체하면서 가요계 걸그룹 시장은 새롭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2007년~2009년 데뷔해 K팝 한류를 이끈 ‘2세대 걸그룹’ 중에선 소녀시대가 유일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그룹 원더걸스가 10일 낸 고별송 '그려줘' 이미지.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원더걸스가 10일 낸 고별송 '그려줘' 이미지.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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