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 산란계 농장서
H5N8 고병원성 AI 첫 확진
두 유형 구제역에 백신 공백 겹쳐
장기화 땐 축산물 파동 올 수도
O형과 A형 구제역의 첫 동시 발생으로 위기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된 가운데 그 동안 소강 상태를 보여 온 조류 인플루엔자(AI)도 새로운 유형이 확인돼 구제역과 AI가 동시에 창궐하는 것 아니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시장에선 닭고기에 이어 소ㆍ돼지고기 값도 들썩이고 있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날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된 충북 보은군 한우농가는 혈청형 ‘O형’ 구제역 바이러스로 확진됐다. 보은군 탄부면 구암리에 위치한 이 농가는 지난 5일 올해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의 젖소 농가와 1.3㎞떨어져 있다. 이에 따라 이날까지 구제역 확진 건수는 보은군 2건(O형) 전북 정읍시 1건(O형) 경기 연천군 1건(A형) 등 총 4건으로 늘었다.
이날 새롭게 구제역 의심신고가 들어온 곳은 없었다. 그러나 AI쪽이 다시 심상찮다. 지난 6일 전북 김제시 산란계 농장에서 접수된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신고가 이날 역학조사 결과 H5N8형 고병원성 AI로 확진됐기 때문이다. 주로 야생조류에서 검출되던 H5N8형이 올해 농가에서 나온 것은 처음이다. H5N8형은 최근 기승을 부려온 H5N6형과는 다른 바이러스로, 2014년 창궐해 가금류 1,937만마리의 살처분 피해를 불렀던 유형이다. 최근 전북 고창군 동림저수지와 서울 성동구 한강변 야생조류에서 H5N8형이 검출되자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린 것도 이 때문이다. 방역당국으로서는 구제역 상황이 점점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그 동안 잠잠했던 AI의 재발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전체 축산물 가격 파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0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9일 기준 한우 지육(가축의 몸체)의 평균가격은 ㎏당 1만6,459원으로 지난 1일(1만6,111원)보다 소폭 상승했다. 돼지고기는 같은 기간 140원 상승해 4,486원이 됐다. 급등세는 아직 아니지만 오름세가 확연하다. 처음으로 두 가지 구제역(O형ㆍA형)이 동시 발생한데다가 ‘백신 공백’ 사태까지 우려되고 있어 앞으로 가격이 오를 확률이 커 보인다. 현재 O형과 A형을 함께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190만마리분(접종 대상 283만마리)에 불과하다. 영국 등에서 백신을 수입하고 조달하는 데는 최소 일주일 이상 소요되고 항체가 생성될 때까지도 다시 1,2주가 필요하다.
그 사이 구제역이 돼지 농가까지 퍼지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돼지는 주로 밀집사육을 하기 때문에 발병 시 대규모 확산을 피하기 어렵다. 최악의 구제역 파동이 5개월 가까이 이어진 2011년의 경우 돼지 332만마리가 살처분되면서 돼지고기 값이 70% 이상 치솟기도 했다.
닭고기 가격은 이미 올랐다. 1일 ㎏당 2,666원이던 육계 도매가는 9일 3,783원까지 41.9%나 치솟았다. AI가 전국을 휩쓸면서 육계 및 토종닭 275만마리가 살처분된 영향이 크다.
정부는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소ㆍ돼지고기 수입을 늘리겠다는 긴급 대책을 내놨다. 가공식품의 가격 인상 편승과 담합, 중간 유통상의 사재기도 감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효과가 얼마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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