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
1시간이면 北 지휘부 타격 가능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
F-35B, E-2D, 항모 칼빈슨호 등
16일 김정일 생일 앞두고 속속
軍 “도발 징후 없지만 위협 여전”
미국이 유사시 대북 선제타격의 선봉에 나설 수 있는 스텔스전투기 F-22(랩터) 12대를 일본 오키나와의 가데나(嘉手納) 공군기지에 전진 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75주년 생일을 앞두고 핵ㆍ미사일 도발위협이 고조되는 시점에 맞춰 미 본토의 핵심 전력이 한반도 주변으로 속속 집결하면서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10일 “미 알래스카에서 날아온 제3전투비행단 90전투비행대대 소속 F-22전투기 12대가 7일 가데나 기지에 전진 배치됐다”며 “최강의 전략자산인 F-22를 이처럼 대규모로 투입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총 179대의 F-22를 보유하고 있다.
F-22는 현존 최고성능의 스텔스전투기로, 유사시 북한의 촘촘한 방공망을 뚫고 표적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어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로 꼽힌다. 지난해 2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맞서 F-22편대를 한반도에 급파하자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의 동선을 은폐하며 극도로 긴장하는 반응을 보였다. 최고속도 마하 2.5로, 가데나에서 출격해 1시간 정도면 한반도로 날아와 북한 지휘부의 은신처와 주요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부터 일본 이와쿠니(岩國) 기지에 수직 이착륙 스텔스전투기 F-35B 10대를 순차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여기에 F-22까지 가세하면서 대북 타격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현재 주일미군기지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궤적을 추적하기 위해 E-2D 최신 조기경보기와 전략정찰기 RC-135가 배치돼 있다. 또 미국령 괌 기지에는 지난해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한반도에 투입했던 B-1B전략폭격기가 대기하며 출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괌에 배치된 B-1B와 B-2스텔스폭격기는 2시간이면 한반도에 닿을 수 있다.
해상 전력으로는 지난달 5일 미 본토를 출항해 서태평양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미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괌 기지에 도착했다. 한미 양국이 내달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에 전략자산을 대거 투입할 예정인만큼, 칼빈슨호도 한반도 근해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항모에는 F/A-18전폭기를 비롯해 항공기 50여대를 탑재할 수 있어 ‘바다 위의 군사기지’로 불린다. 이외에 핵 추진 잠수함과 이지스함구축함 등도 추가 투입될 전략자산으로 거론된다.
이처럼 미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대거 투입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자 도발을 준비하는 북한의 움직임은 다소 주춤한 상태다. 하지만 군 당국은 김정은 위원장이 1월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준비가 마감단계”라고 밝혔고, ‘임의의 시각과 장소’에서 도발할 것이라고 누차 공언한 만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은 김정일 생일을 앞두고 내부적으로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어, 축포용으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군 관계자는 “당장 북한의 도발이 임박한 징후는 없지만 핵ㆍ미사일 위협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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