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송파 세 모녀’ 3년 지났지만 사각지대 여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송파 세 모녀’ 3년 지났지만 사각지대 여전

입력
2017.02.10 16:00
0 0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송파 세모녀 3주기 복지 사각지대 피해당사자 증언대회'에서 복지 사각지대 피해 당사자들이 증언을 하고 있다. 뉴스1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송파 세모녀 3주기 복지 사각지대 피해당사자 증언대회'에서 복지 사각지대 피해 당사자들이 증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중계동에 사는 이모(57)씨는 2013년 교통사고로 목발을 짚고 다녀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정부로부터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2014년 딸 결혼 후 이듬해 아내와 이혼하며 홀로 됐지만, 부양의무자인 첫째 딸이 소득이 있다는 이유다. 이씨는 “딸은 결혼식 이후 연락이 닿지 않고 있지 않아 남과 다름 없지만 정부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대답 뿐”이라고 말했다.

‘송파 세모녀’ 사건이 발생한 지 3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허술한 복지 체계 탓에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이 많다. 송파 세모녀 사건은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에 살던 60대 노모와 두 딸이 생활고에 시달려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와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 등 70만원을 남겨 놓은 채 번개탄을 피워 동반자살한 사건. 이듬 해 7월부터 기초생활보장수급 기준을 완화하고 대상을 다층화한 이른 바 ‘송파 세모녀법(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등 적잖은 변화가 있었지만, 사각지대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빈곤사회연대와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송파 세모녀 3주기 복지 사각지대 피해 당사자 증언대회’를 열었다. 박경석 빈곤사회연대 공동대표는 “지난 2일에도 영등포에서 40대 남성이 실직한 뒤 5개월 간 밀린 월세를 내지 못해 집을 비우기로 한 날 자살했다”며 “여전히 400만명이 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등 송파 세모녀법은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빈곤사회연대에 따르면 송파 세모녀법 이후 전체 수급자 수는 167만명(2016년 5월 기준)으로 개편전(2015년 6월)보다 35만명 늘었다. 하지만 이는 법 개정 당시 정부가 예상한 75만명 증가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실제 이날 증언에 나선 이들은 제도의 허술함을 호소했다. 최근 5개월째 노숙을 하던 한 50대 남성은 생계곤란 등 위기 상황에 처한 이들을 돕는 ‘긴급복지지원제’를 신청했지만 2000년대 중반 노숙인 시설에 등록했었다는 이유로 지원을 거절당했다. 해당 제도는 노숙 기간 6개월 미만의 노숙인들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가정폭력으로 6세 여아를 홀로 키우고 있는 한 30대 여성은 “기초 생활수급자로 살고 있지만 체납된 건강보험료를 내라는 독촉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으로 유형별로 수급자 선정기준이 다층화됐지만 빈곤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돕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소득인정액 산출 방식을 포함해 제도를 대폭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