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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 “염색하고 문신까지... 연기 욕심에 외형 변화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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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 “염색하고 문신까지... 연기 욕심에 외형 변화줬죠”

입력
2017.02.1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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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은 “믿는 종교가 없지만 성경의 ‘왼쪽 뺨 맞으면 오른쪽 뺨도 마저 내줘라’는 말을 좋아한다”며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좋은 가르침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오퍼스픽쳐스 제공
강하늘은 “믿는 종교가 없지만 성경의 ‘왼쪽 뺨 맞으면 오른쪽 뺨도 마저 내줘라’는 말을 좋아한다”며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좋은 가르침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오퍼스픽쳐스 제공

한 10대 청소년이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 끝내 무릎을 꿇는다. 참혹한 발길질에 소년은 자신이 하지도 않은 ‘묻지마 살인’을 자백한다. 10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을 감옥에서 보낸 그에게 세상은 온통 거짓과 위선으로 차있을 뿐이다.

지난 2000년 전북 익산의 약촌 오거리에서 한 택시기사가 몸에 12군데나 칼로 찔려 사망한 살인사건은 전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하고 16년 뒤인 지난해 살인자로 지목됐던 소년이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제는 30대 가장이 된 그는 그저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배우 강하늘(27)이 이 억울한 사연을 모티프로 한 영화 ‘재심’으로 다시 스크린에 섰다. 지난해 시인 윤동주(영화 ‘동주’)를 연기하며 일제에 소극적으로 저항했던 젊은 지식인의 파리한 초상을 보여줬던 그다. 이번에는 세상에 악다구니를 퍼붓지만 사회의 냉담한 시선 속에 살아가는 범죄자 현우가 됐다. 극명하게 다른 두 인물에게서 강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둘 다 강하늘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하늘은 “일차원적으로 안타깝게만 보이는 현우를 표현하는 게 싫었다”며 외형에 변화를 주는데 주력했다고 했다. 학교 때려치우고 다방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반항기 가득한 소년으로 보이기 위해 장발에 브릿지 염색까지 했다. 10년 복역 생활을 하고 출소한 이후에는 “세상에 예민하고 날카로운” 청년으로 보이려고 체중을 감량했다. 웃으면 볼 살이 깊게 파이고 광대뼈가 튀어나올 정도였다. “깡마른 몸에서 뿜어 나오는 날 선 느낌”을 원했다. 한 쪽 어깨에만 새기기로 했던 문신도 양쪽에 그려 넣었다. 첫 등장할 때 입고 나온 빨간색 반바지와 색이 바랜 민소매 티셔츠도 강하늘이 골랐다. 그는 “연기욕심이라면 욕심”이라고 했다.

강하늘은 영화 ‘재심’에서 살인자 누명을 쓰고 10년 동안 복역한 현우를 연기했다. 오퍼스픽쳐스 제공
강하늘은 영화 ‘재심’에서 살인자 누명을 쓰고 10년 동안 복역한 현우를 연기했다. 오퍼스픽쳐스 제공
배우 정우(맨 왼쪽)와 강하늘이 영화 ‘재심’을 촬영하며 김태윤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퍼스픽쳐스 제공
배우 정우(맨 왼쪽)와 강하늘이 영화 ‘재심’을 촬영하며 김태윤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퍼스픽쳐스 제공

작품에 대한 애착은 “내 인생의 영화 ‘동주’가 있었기에” 생겼다. ‘동주’는 그에게 “독이자 약”이었다. “배우가 내 길이 아닌가”하고 고민할 만큼 몸도 마음도 힘든 작품이었다. “윤동주 시인을 연기하는 게 많이 부담스러웠어요. 매일 술을 마셔서 거의 생활이 안 될 정도였으니까요. 너무 힘들었어요. 그 상황을 극복해내야 했어요.”

강하늘은 20대 배우답지 않게 출연작 명단이 제법 풍성하다. 10년 전 17세에 SBS 드라마 ‘최강! 울엄마’와 KBS 드라마 ‘산너머 남촌에는’에 연이어 출연하며 연기생활을 시작했다. 퓨전사극 ‘평양성’(2010), 로맨틱 코미디 ‘너는 펫’(2011), 사극 ‘순수의 시대’(2014), 청춘물 ‘스물’(2014), 복고풍 멜로 ‘쎄시봉’(2015)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경험했다. tvN 드라마 ‘미생’(2014)과 SBS 드라마 ‘상속자들’은 대중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그를 스타로 만들었다. 탄탄대로를 걷던 그에게 가장 깊은 고민을 준 작품이 ‘동주’였다. “고민과 스트레스 그리고 불확실성은 배우의 가장 큰 숙명”이라던 한 선배의 말이 그를 달래주었다.

그는 지난해부터 시작한 명상으로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하는지 몰라 방 안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명상을 했다. 지금은 음악 없이도 가만히 앉아 생각에 잠기는 단계에 이르렀다. 책에서 본 ‘지금 내가 부여하는 의미 말고 그 어떤 말도 부여하지 말자’는 글귀를 넣은 팔찌도 제작해 착용하고 다닌다.

주변에서는 그를 ‘비타민’이라고 부른다. ‘재심’ 촬영하면서 맞아야 하는 연기를 많이 해야 했지만 얼굴 한 번 찌푸리지 않았다고 했다. “사실적으로 보인다고 하시는데 정말 다 맞은 겁니다. 하하. 형들에게 진짜로 손으로 때리고 발로 차라고 했어요. 뺨에 남아 있는 손의 온기나 감촉이 연기로 살아나거든요. 그래도 맞는 게 맘 고생 덜 하더라고요.”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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