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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나라 곳간만 채우나

입력
2017.02.1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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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탓 부가세 환급액 줄고

작년 세금 10조원 더 걷혀

“아동ㆍ청소년층과 보육 분야 등에

적극적 재정지출 나설 필요”

세금이 지난해 10조원 가까이 더 걷힌 것으로 드러났다. 부실한 세수 예측으로 가계와 기업 등 민간에서 활용될 수 있는 돈이 나라곳간으로 과도하게 흘러 들어갔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은 총 242조6,000억원으로, 전년(217조9,000억원) 대비 24조7,000억원(11.3%)이나 늘었다. 이는 연간 증가 규모로는 사상 최대치다.

더구나 작년 국세 수입은 2016년 본예산 수립 당시 추계(222조9,000억원)를 19조7,000억원이나 초과한 것이다. 지난해 7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당시 수정치(232조7,000억원)보다도 9조8,000억원이나 많다.

이는 세수 예측이 그 만큼 정밀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러한 오류는 정부의 경기 대응 역량까지 갉아 먹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경기호황기 때는 세금을 더 걷어 너무 뜨거운 경제를 식혀주고 불황기엔 세금을 덜 걷어 민간 경제에 숨통이 트이도록 하는 게 정부 역할”이라며 “부정확한 세수 추계로 이 기능이 무력화됐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작년에 세수가 증가한 것은 ‘불황’의 영향이 컸다. 실제로 부가세(7조7,000억원)는 지난해 수출 부진(-5.9%)으로 정부가 수출 기업에게 돌려줘야 하는 부가세 환급액이 감소하며 세목 가운데 가장 크게 증가했다. 법인세 증가(7조1,000억원)도 저유가 등 ‘외부 변수’로 국내 기업의 순이익이 불어났기 때문이다. 근로소득세가 3조9,000억원 더 걷힌 것은 세제개편(소득공제→세액공제)과 같은 사실상 ‘증세’ 의 결과다. ‘경기 회복→기업투자 확대→고용 증가→세수 확충’의 정상 궤도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예산에서 쓰고 남은 돈을 뜻하는 ‘세계(歲計)잉여금’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총세입(345조원ㆍ국세에 수수료와 벌금 등 세외 수입을 합산한 금액)에서 총세출(332조2,000억원)을 뺀 결산상 잉여금은 12조8,000억원이었다. 여기에서 지출을 다음해로 넘긴 돈인 이월금(4조8,000억원)을 제한 8조원이 세계잉여금으로 남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계잉여금 중 6조1,000억원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부세 정산, 공적기금 상환 등에 사용된다”고 말했다.

장상환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는 “필요한 소득재분배 지출을 본예산에 편성하지 않고 재정지출을 억제하다 보니 세금이 남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예상보다 늘어난 세수를 활용해 아동, 보육, 청년 등 정부의 재정적 도움이 필요한 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재정지출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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