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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센터’ 김세영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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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센터’ 김세영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입력
2017.02.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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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센터 김세영은 은퇴 후 아들을 낳고 복귀해서도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8일 GS칼텍스전에서 13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최다기록 신기록을 세웠다. 사진은 블로킹 득점 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는 김세영. 현대건설 배구단제공
현대건설 센터 김세영은 은퇴 후 아들을 낳고 복귀해서도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8일 GS칼텍스전에서 13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최다기록 신기록을 세웠다. 사진은 블로킹 득점 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는 김세영. 현대건설 배구단제공

‘소리 없이 강하다’라는 건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의 ‘엄마센터’ 김세영(36)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김세영은 8일 GS칼텍스와 홈경기에서 13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한 경기 최다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 역시 작년 10월 KGC인삼공사전에서 자신이 세운 10개다. 김세영의 신들린 블로킹에 힘입어 현대건설은 풀 세트 접전 끝에 4연패에서 탈출해 3위를 탈환했다.

그는 조용한 성격 탓에 카메라 앞에 서는 걸 별로 즐기지 않는다. 블로킹 신기록을 세운 8일에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말을 너무 아껴 현장 기자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김세영은 8일 본보와 전화인터뷰에서도 그저 “평소와 똑같이 했는데 유독 타이밍이 잘 맞았다. 동료들 덕분이다”고만 했다. 팀이 위기에 몰렸을 때도 앞장서 독려하거나 지시하기보다 후배들 손만 꼭 쥐어준다.

놀라운 건 그가 은퇴하고 나서 출산 후 반 년 만에 코트로 돌아와 맹활약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세영은 2011~12시즌 KGC인삼공사를 정상에 올려놓은 뒤 2012년 여름 은퇴했다. 2010년 5월 결혼했던 그는 은퇴 다음 해인 2013년 10월 아들 이경원(4) 군을 낳았다.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가 2014년 4월경 양철호(42) 현대건설 감독의 전화를 받았다. 당시 현대건설은 김수지(30)가 흥국생명으로 이적해 센터에 공백이 생긴 상황이었다. 양 감독은 “아이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시기라 크게는 기대 안 했는데 두 번 통화한 뒤 (복귀)오케이 사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세영은 “친정어머니와 남편이 다시 해보라고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김세영은 금세 적응했다. 그는 “원래 부상이 없는 편이다. 출산 후 체중도 바로 정상으로 돌아왔다. 요즘도 허리가 좀 아프지만 견딜만하다”고 웃었다. 양 감독은 “서브리시브만 빼고 다른 후배들과 거의 똑같이 훈련을 소화한다”고 칭찬했다.

2005~06, 2008~09시즌 ‘블로킹 여왕’이었던 김세영은 복귀 후에도 ‘거미손’ 다운 솜씨를 뽐냈다. 2014~15, 2015~16시즌 블로킹 부문 3위를 했고 올 시즌도 세트당 0.775개로 3위다. 국가대표 간판 센터 양효진(28)과 김세영이 있는 현대건설을 팬들은 ‘통곡의 트윈타워’라 부른다.

센터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 경험이 중요해 ‘롱런’하는 선수들이 많다. 여자배구 장소연(43)도 은퇴 후 두 번이나 복귀해 마흔두 살까지 뛰었고 정대영(36ㆍ도로공사)도 출산 후 돌아와 건재함을 뽐내고 있다. 남자배구 방신봉(한국전력)은 마흔 둘의 나이에 조카뻘 후배들과 코트를 누빈다.

김세영(왼쪽) 아들 이경원 군이 엄마와 똑같은 포즈를 취했다. 김세영 제공
김세영(왼쪽) 아들 이경원 군이 엄마와 똑같은 포즈를 취했다. 김세영 제공

김세영은 시즌 중 지칠 때마다 아들 덕에 힘을 낸다. 전남 목포에서 친정어머니가 (아들을)돌봐주고 있어 시즌 중에는 거의 못 보고 매일 영상 통화로 그리움을 달랜다. 현대건설은 오는 14일 선두 흥국생명과 원정경기를 한다. 3위 사수를 위해 중요한 일전이다. 흥국생명과 경기를 마치면 9일 간 경기가 없어 오랜 만에 아들을 보러 갈 계획이다. 김세영은 “꼭 이겨서 기분 좋게 아들을 만나러 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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