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판매량 5만대 넘을 듯
T맵ㆍ11번가 등 자사 서비스
‘누구’ 킬러 콘텐츠로 활용
“아직 보완할 부분 많아 70점
음성인식 감도 찾는 게 관건”
“우리나라 인공지능(AI) 비서 시장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앞으로 2년 안에 폭발하는 시점이 올 것이다.”
9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에서 만난 김성한(48ㆍ사진) 누구사업본부장은 “최근 인지도가 높아진 AI 비서가 내년이면 완전히 대중화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AI 비서의 원조 격인 아마존 ‘알렉사’가 출시 2년째 자동차, 스마트폰, 가전 등에 적용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처럼 ‘누구’도 스피커를 넘어 다른 분야로 확산되면 우리 일상에서 한 자리를 꿰찰 것이란 뜻이다.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한국어 기반의 AI 스피커 누구를 출시한 SK텔레콤은 국내 AI 비서 경쟁의 포문을 연 주인공이다. 누구의 판매량은 이달 말 5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 달에 1만대 꼴로 팔려 나가고 있는 셈이다. SK텔레콤은 원래 디바이스개발본부 소속이었던 누구 개발 조직을 올해 초 사업본부로 격상했다. 인공지능을 주력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박정호 신임 사장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국내 AI 비서 시장은 올해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TV 화면과 연동해 시청각 정보를 함께 제공하는 ‘기가 지니’를 내놨고 네이버도 연내 AI 스피커를 내놓을 예정이다. 김 본부장은 이런 경쟁 서비스들 대비 누구만의 강점으로 월 평균 이용자가 950만명에 이르는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 온라인 쇼핑몰 11번가 등 자사 서비스를 꼽았다. 그는 “T맵 등은 이미 쌓아 놓은 이용자 데이터베이스(DB)가 많기 때문에 활용 가능한 정보의 깊이가 다르다”며 “우선적으로 자사 서비스를 누구의 핵심인 킬러 콘텐츠로 키우고 외부 업체 제휴도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그 시작으로 조만간 음성만으로도 11번가에서 생필품 등을 주문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현재까지 누구의 점수를 ‘70점’으로 평가했다. 서비스 초기 단계임에도 기대 이상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용자의 성향, 기분, 현재 처한 환경 등을 고려한 일상 대화까지 가능하게 하려면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음성인식의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것 역시 숙제다. 그는 “음성인식의 감도를 지금보다 높이는 것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그럴 경우 주변 소음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어 적정 감도를 찾는 게 관건”이라며 “이용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 누구를 빠르게 진화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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