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대안(代案)'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방안을 대신하는 새로운 방법'이다. 대안학교 사례에서 보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발상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는 진취적인 태도와도 연결된다. 광산에서 석탄을 실어 나르던 철도가 폐광 후 처치 곤란한 흉물로 전락하자 이를 레일바이크로 관광자원화한 것 역시 대안적 사고의 전형으로 꼽을 수 있다. “왜 철도가 석탄만 실어 날라야 해, 다른 것은 안될까”라는 식의 관점 바꾸기에서 대안은 시작한다는 뜻이다.
▦ 상상 그 이상을 넘나드는 기행과 막말로 연일 지구촌에 스트레스를 안기는 미국 트럼프정부에선 대안의 취지도 왜곡된다. 지난달 20일 열린 대통령 취임식 인파가 과거 어느 때보다 적었다는 언론보도에 격분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대변인을 시켜 “(오바마 때보다도 많은) 역사상 최대 취임식 인파가 몰렸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면서다. 항공사진 등을 통해 이 주장이 명백한 거짓임이 드러나자 백악관 고문은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을 제시한 것”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폈다. 보는 입장에 따라 사실도 여러 가지가 있다는 얘기다.
▦ 이 주장은 영국 옥스포드 사전이 2016년 국제적 단어로 선정한 ‘포스트 트루스(post-truth, 탈진실)’가 정치권에서 어떻게 남용되는지 잘 보여 준다. ‘감정 호소나 주관적 신념이 객관적 사실보다 여론 형성에 더 영향을 미치는 현상’에 편승해 지지자들에게 사실보다 믿음을 앞세우고 보고 싶은 것만 보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반이민 행정명령에 비판과 저항이 거세지는데도 “미국적 가치의 훼손이 아니라 안전을 위한 작은 대가”라고 강변하며 버티는 것은 대안적 사실의 허구성에 눈감은 백인 중산층들의 지지가 그만큼 탄탄한 덕분이다.
▦ 탄핵정국의 혼돈과 미로를 헤매는 우리나라에서도 정치인들과 극단주의자들이 퍼뜨리는 거짓 혹은 가짜 뉴스의 폐해가 커지는 추세다. 트럼프정부에서처럼 대안적 사실 등의 뻔뻔한 용어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으나 진영 이익과 내편 선동을 위해서라면 신념으로 사실을 무너뜨리고 여자도 남자로 만들 판이다. 정권의 장악만 생각하면 무뢰배일 뿐이다. 정부의 성공을 고민해야 진정한 리더다. 대선주자들이 혈안(血眼)이 아니라 혜안(慧眼)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이유식 논설고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