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문형표(61ㆍ구속기소)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통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문제를 제기한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장의 임기를 물으며 사실상 퇴임을 압박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문 전 장관은 9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제12차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출석해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장인 김성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의 교체 문제와 관련해 안 전 수석의 연락을 받은 적이 있냐”는 국회 측 질문에 “임기가 언제까지냐고 한번 질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의 위원장 임기를 물어본 배경에 대해 문 전 장관은 “제가 잘 알지 못한다”면서도 “(합병과정에 대해) 위원장으로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때문에 그런 질의가 나왔지 않았을까 생각이 된다”고 했다. 국회 측이 “(김 교수가) 그만둬야 한다는 말을 명시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문 전 장관은 “그렇게 받아들였다”고 인정했다. 김 교수는 2015년 7월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자 “독단적 결정”이라며 지속적으로 절차적인 문제를 제기했고, 지난해 말 사퇴했다.
하지만 문 전 장관은 삼성 합병과 관련해 청와대의 지시나 삼성 측의 요구는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그는 박 대통령 측의 “합병 관련 안건을 전문위원회에 부의되지 않고, 투자위원회에서 하도록 압력을 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합병 안건을) 전문위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투자위에서 하기로 됐다는 보고를 받고 규정에 맞춰 하라고 지시했다”며 외압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본부장으로부터 청와대의 지시가 있다거나 삼성 측의 요구가 있었다는 어떤 보고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또 다른 증인으로 나온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은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가 과거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 등 청와대 ‘극비문서’를 들고 다녔다고 증언했다. 박 과장은 “최씨가 대통령의 멕시코 순방 등 시간표와 아프리카뿐 아니라 여러 나라를 아우르는 협력 구상안 등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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