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ㆍ경제적 제재 모두 포함
새로운 접근법 마련할 것
핵 위협엔 모든 국력 동원” 강경
“한국 방위비 분담은 충분…”
추가 증액 요구 방침도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해 군사적 옵션 등 모든 국력을 동원하는 새로운 압박 정책을 수립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한국의 방위비 분담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향후 접촉에서 추가 요구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됐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공개된 상원 인준 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장관직에 취임하는 즉시 동북아와 전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접근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접근법은 군사적 대응부터 외교ㆍ경제적 압박이 모두 포함되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북한 지도층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컨더리 보이콧’이 시행되면 북한 지도부와 거래를 한 중국 기업이나 개인이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된다.
답변에서 북한을 역내 및 글로벌 안보에 ‘가장 중대한 위협’중 하나로 규정한 틸러슨 장관의 이런 구상은 ‘대화’와 ‘압박’의 두 갈래 사이에서 모호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압박 쪽으로 확실히 방향을 잡았음을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중 ‘김정은은 미치광이’라며 강경 입장을 보이다가도,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할 수 있다’고 유화자세를 보이는 등 모순적 행보를 보여 집권 후 대북 정책에 대해 다양한 추측을 낳게 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 위협의 종류를 ▦핵무기 및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탄도미사일 개발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 ▦동북아 불안정을 심화하는 지속적 도발 ▦한반도를 뒤덮는 인도주의적 위협 등으로 꼽았다. 그는 “새로운 전략이 도입되지 않으면 이러한 도전은 지속적으로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틸러슨은 “미국은 북한의 핵 위협이 미국 본토에 도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국력’을 동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며 이례적으로 북한문제 대응에 있어 미국의 국력 전체를 언급하는 강경한 표현을 사용했다.
워싱턴 전문가들은 백악관ㆍ국무부ㆍ국방부 등의 협의를 거쳐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게 될 새로운 정책이 북핵 중단ㆍ폐기를 넘어, 정권 교체를 도모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행동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중국의 안보 이익까지 저해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시진핑(習近平) 정권의 협력을 끌어내는 시도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분위기는 다른 경로로도 확인되고 있다. 전날 미 하원 청문회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김정은 정권 붕괴 가능성과 대체 세력의 존재 여부에 대해 질문한 게 대표적이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 미군 사령관도 지난 7일 미국 육군협회(AUSA)가 개최한 미사일방어 토론회 화상연설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서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지키려면 방어만으로 불충분하다. 북한을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틸러슨 국무장관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 규모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증액을 요구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한국, 일본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실패할 경우 미군을 철수할 것이냐’는 의원의 질문에 “두 나라는 이미 미군을 지원하는데 ‘많은 양’(large amounts)을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관련 대화가 생산적으로 진행되고, 공평한 분담금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이는 국무부ㆍ국방부의 실무진들은 한국의 방위비 부담 수준을 긍정 평가하고 있지만, 후보 시절 ‘전액을 부담하면 안되느냐’며 몰아 세운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추가 양보를 요구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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