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이민 행정명령 소송전 속 연일 법원 때리기
이슬람 7개 국가 국민의 입국을 막은 반(反)이민 행정명을 놓고 소송전에 휩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법원 때리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도를 넘은 공격에 사법부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미국보안관협회(NSA) 등 경찰공무원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법원들이 너무 정치적”이라며 “법원들이 옳은 결정을 할 수 있다면 우리 사법체계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반이민 행정명령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이민법 조항을 직접 언급하며 “이 법은 미국의 입출국을 통제하는 폭넓은 권한을 대통령에게 줬다. 불량 고교생도 이해할 것”이라며 법원의 편향성을 꼬집었다.
트럼프는 판사들이 국가안보를 도외시하고 있다고 몰아 세우기도 했다. 그는 “오늘 우리 안보는 위험에 처해 있지만 판사들은 이와 무관한 얘기만 하고 있다. 법원이 존중 받으려면 판사가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법원 때리기는 처음이 아니다. 그는 앞서 4일 행정명령을 잠정 중단시킨 워싱턴주 시애틀 연방지방법원 제임스 로바트 판사를 향해서도 “법 집행 권한을 빼앗은 ‘판사’라는 자의 의견은 터무니 없는 것”이라며 맹비난한 바 있다. 이튿날에도 “판사 한 명이 미국을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강도높은 법원 비판은 행정명령을 둘러싼 소송전이 본격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샌프란시스코 제9 연방항소법원은 이날 반이민 명령에 반대하는 워싱턴·미네소타 주와 연방정부를 대리한 법무부가 참여한 항고심 구두변론을 개시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트위터에 “미국이 확실히 승리해야 할 이번 사건에 승리하지 못한다면 안보와 안전을 결코 가질 수 없다. 정치!”라고 적어 소송전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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