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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복지사업 2년새 10배... 생색내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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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복지사업 2년새 10배... 생색내기도 많다

입력
2017.02.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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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노인용 위치 추적기ㆍ아동 주치의 등 사업 발굴 지원

광주 노인ㆍ대학생 ‘셰어하우스’ 신청 주택 모두 자격 미달

경기 의왕 ‘효행장려수당’ 4대 함께 사는 1~2가구만 지원

#. 지난달 10일 전남 담양군에서 치매 노인 이모(75)씨가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화기도 꺼져있어 애를 태웠던 가족들의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이씨가 집에서 20㎞ 가량 떨어진 장성군의 한 파출소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씨가 팔목에 차고 있던 시계 모양의 위치추적기 덕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치매 어르신을 모시고 사는 관할 내 가정 100곳에 치매 노인용 위치추적기를 무상 대여하고 있는 전남도의 복지 사업이 빛을 발한 것이다.

#. 광주광역시는 지난해 빈방을 소유한 노인과 주거지가 필요한 대학생이 함께 살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셰어하우스’ 사업을 추진해 관련 예산(연 9,000만원)을 책정했다. 노인 주택의 개보수 비용을 광주시가 지원해주는 대신 대학생은 적은 월세(10만원 내외)만 내고 방을 얻는 내용의 사업이었다. 그러나 사업은 초반부터 좌초했다. 노인 가구 19곳이 사업 참여를 신청했지만 주택들이 전부 보수비용 예산(주택 한 곳당 300만~500만원)을 초과하는 ‘폐가’ 수준이라 신청 자격에 미달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수요 조사 없이 무작정 추진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왔다.

치매노인 위치추적기. 전남도 제공
치매노인 위치추적기. 전남도 제공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예산으로 기획하고 집행하는 지자체 사회보장제도가 양적으로 크게 팽창하면서 지역 주민 수요를 충족시키는 이색 사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질’보다는 ‘양’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수준 미달이거나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는 사업들도 상당수다. 지자체의 다양한 복지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문성 확충과 더불어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8일 본보가 입수한 보건복지부의 ‘신설ㆍ변경 사회보장제도 협의ㆍ조정 결과’에 따르면 광역ㆍ기초 지자체가 복지부의 동의를 받아 신설한 사업 수는 2014년 26건에서 2015년 135건, 2016년 300건으로 2년 새 무려 10배 넘게 늘어났다. 같은 기간 중앙정부가 신설한 복지 사업(2014년 4건, 2015년 8건, 2016년 2건)을 압도적으로 웃돈다. 지난해부터 복지부 동의 없이 사업을 신설하거나 변경하면 교부금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이 신설되며 협의 건수가 늘어난 것도 원인 중 하나이지만, 저출산ㆍ고령화로 지자체의 복지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는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복지 예산의 증가 추이를 보면, 중앙정부는 연 평균 증가율이6.3%(2009년 80조4,000억→2016년 123조4,000억원)에 그쳤지만, 이 기간 지자체 증가율은 9.6%(26조1,000억원→49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지자체 복지의 비중이 커지면서 지역 특성과 주민의 필요에 맞는 이색 복지 사업들이 적잖이 발굴되고 있다. 경기도는 폐지 줍는 어르신들을 돕기 위해 2015년부터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10만원 상당의 방한복과 차량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야광 조끼, 야광봉, 안전장갑 등을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 한 주민센터 복지 담당자는 “첫 해엔 방한복과 매달 2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했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을 늘리자는 차원에서 지원금 대신 야광 조끼 등을 추가 지원하는데 호응도가 높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아동 주치의’ 제도(연간 예산 7,500만원)를 도입했다. 건강검진에서 정신이나 구강, 비만, 시력, 알레르기성 비염, 근골격 및 척추 관련 질환이 있다는 소견을 받은 6~12세 취약계층 아동이 대상인데, 제도 시행으로 119명이 건강상담비(7만원)와 본인부담금 치료비(30만원 이내)를 지원받게 됐다.

하지만 실효성이 의심되는 사업도 적지 않다. 경기 의왕시는 4대 이상이 한 가정에서 사는 가구를 대상으로 50만원씩 ‘효행장려수당’을 지원하는데 연간 예산이 100만원에 불과하다. 4대가 함께 사는 가구가 1~2가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당은 딱 한번 지급되고 이듬해부터는 받을 수 없어 노부모 봉양을 촉진한다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광주의 ‘셰어하우스’ 사업처럼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접는 사업도 있다. 전남 영암군의 ‘이동빨래방’ 사업이 대표적이다. 영암군은 장애인과 독거노인 등 취약 가구를 매달 두 차례 찾아가 빨래를 대신해 주는 사업을 추진했지만 전남도 차원에서 요양서비스를 이미 하는 것으로 확인돼 사업을 접었다.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역 주민의 복지 수요를 제대로 진단하지 않은 채 선거를 의식해 추진되는 사업이 적지 않고, 지역 공무원의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정부가 지자체 복지 사업의 역량 강화를 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자체가 복지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면 사사건건 간섭하거나 처음부터 ‘중복 사업 ’‘선심성 사업’이란 딱지를 붙여 창의성을 사장시킨다는 것이다. 예컨대, 경상북도는 당초 ‘산모아기사랑 택배 지원사업’을 추진하며 출산 가정을 대상으로 7만원 상당의 미역과 아기 내복 등 선물 상자를 지급하는 사업을 계획했지만 복지부가 협의 과정에서 “출산장려금과 중복된다”며 반대하는 바람에 사업이 첫째 아이를 출산한 가정에 10만원을 주는 밋밋한 내용으로 전락했다. 이태수 꽃동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자체들이 내놓는 복지에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사회보장위원회가 일일이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지자체 복지가 너무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원칙적인 가이드라인을 주되, 지금보다 자율성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복지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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