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밭 50대마저 부동층으로 이동
潘 하차 이후 약세 더 두드러져
黃ㆍ劉ㆍ南 더해도 문재인 못 미쳐
최순실 게이트 탓 野에 지지 몰려
보수 지지층 복원 어려울 전망
“대선 참패는 예고된 재앙” 우려도
보수 진영이 조기 대선 정국에서 사실상 패닉에 빠졌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대선 운동장이 야권으로 급격히 기운 가운데 범여권 대선주자들은 ‘역대 최약체 후보’라 불릴 정도로 지지율이 낮고 보수층의 지지 기반이었던 50대마저 부동층으로 이동하면서 보수 진영은 유례 없는 3중고를 겪고 있다. 진영 일각에선 “대선 참패는 예고된 재앙”이라는 우려가 나돈 지 오래다.
보수의 위기는 좀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KBSㆍ연합뉴스가 5~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는 각각 3.2%와 0.6%로 5%대에도 진입하지 못했다.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1.2%로 간신히 두 자릿수에 턱걸이를 했지만 이들의 지지율을 다 합쳐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지지율(29.8%)에 한참 못 미친다. 새누리당 대권주자인 이인제 전 의원, 원유철ㆍ안상수 의원은 순위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할 정도로 지지율이 미미하다. 범여권 후보들의 지지율 약세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도하차 이후 더 두드러지고 있다.
386세대가 50대로 진입한 뒤 세대별 이념 지도에 발생한 변화도 보수에겐 타격이다. 한국일보가 지난해 12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50대의 73.1%가 촛불집회에 찬성하는 등 과거 보수층의 지지기반이던 50대는 이제 스윙보터(swing voterㆍ부동층)가 돼 버렸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진보 성향의 2030세대와 보수 성향의 5060세대’대신 ‘2040세대와 60이상 세대’로 양분되는 세대 지형이 새롭게 발견되고 있다. 정한울 고려대 연구교수는 “생애주기가 고령화되면서 50대가 부모세대 부양과 자녀 양육이라는 이중 부담을 지지만 정책적으로 청년층과 노년층에 소외되면서 반정부적인 성향이 예전보다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보수 진영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정 교수는 “현재 보수정당의 모습은 2007년 참여정부 심판론이 거세졌을 때 분당하고 연합을 도모하며 분열했던 열린우리당의 상황과 비슷하다”며 “결과적으로 당시 진보 진영이 무책임한 자세로 지지층 결집에 실패해 대선에 참패했던 것처럼 이번 대선에서 보수층도 지지층을 온전히 복원하기가 어렵게 됐다”고 분석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국가를 이끌어 갈 비전과 기백이 있는 새로운 정치지도자를 키우기는커녕 용납조차 못하는 보수 진영의 정치 풍토가 문제”라며 “유승민 의원도 더 클 수 있었는데 보수 진영 내에서 배신의 정치인이라며 핍박한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보수의 위기는 ‘최순실 국정 농단사태’가 근본 원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권교체론 속에 보수재집권론은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정통보수를 자처해온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대선은 보수의 색깔만 가지고서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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