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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필리버스터’ 진흙탕 싸움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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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필리버스터’ 진흙탕 싸움 노린다

입력
2017.02.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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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대량 신청해 헌재 심판 지연 이어

보수층 결집해 탄핵 찬반 싸움 부채질

자리 유지해 형사처벌 회피 꼼수도

박근혜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의 출구 전략이 점입가경이다. 법리를 다투는 당당한 방어전략보다는 탄핵심판 선고 지연 ‘꼼수’와 특별검사팀의 대면조사 일정 어깃장으로 지지세력 결집을 꾀하는 한편, 본질을 흐리는 탄핵 찬반 갈등도 부추기면서 반전을 꾀하고 있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온 나라를 뒤흔든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의 국정농단 사건에 책임을 지기는커녕, 자리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면서 형사처벌을 피하는 데에만 급급해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9일로 예정됐던 특검 대면조사를 석연찮은 이유로 8일 거부했다. 특검과의 조율 과정에서 청와대는 ‘일정 장소 등 비공개’라는 비상식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피의사실 외 수사 진행상황은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브리핑할 수 있다’고 정한 특검법 취지에도 반하는 요구였다. 그럼에도 특검은 “조사가 우선”이라며 이를 수용했고, ‘9일 청와대 경내서 조사’ 합의가 이뤄졌다.

그런데 7일 일부 언론에 이 사실이 보도되자 청와대는 무작정 ‘특검이 약속을 깼다’고 단정하고는 8일 일방적으로 “대면조사 취소”를 선언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특검에 항의문을 보냈고, 답신 결과를 본 뒤 (일정 조율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도 “우리가 흘린 게 결코 아니다”고 맞서는 상황이다. 양측의 신경전이 지속되면 대통령 대면조사 자체가 무산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대면조사를 거부할 트집을 잡고자 청와대가 벌인 ‘자작극’일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날 청와대의 특검 대면조사 반발은 지연전략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미 헌법재판소가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 퇴임(3월 13일) 전에 탄핵심판 결정을 내릴 듯한 움직임을 보이자 박 대통령 측은 최근 증인 17명을 무더기로 추가 신청했다. 이 중 8명이 증인으로 채택돼 증인신문 기일이 새로 잡히면서 ‘2월 말 탄핵심판 선고’는 물 건너갔다.

더욱이 박 대통령이 본인 입장을 담아 헌재에 낸 13쪽짜리 의견서는 상식 밖이라 할만하다. 검찰과 특검 수사로 최씨의 국정농단 배후가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그는 모든 쟁점에 대해 “나는 몰랐다”거나 “지시한 바 없다”는 궤변과 부인으로 일관했다.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내부 문건들이 최씨에게 무더기 유출된 데 대해 “연설문 수정 정도만 최씨 도움을 받았으며 다른 자료들도 보내라고 포괄적으로 위임한 바 없다”고 주장하는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국정농단 사건 자체를 기획설로 몰고 있다.

시간 지연과 혐의 부인에 논점 일탈까지 보이는 박 대통령의 노림수는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특검과의 충돌 국면을 조성해 보수층 지지세력을 결집한 뒤, 탄핵 찬반 세력들 간 이전투구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또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사유 중 ‘뇌물수수자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부분에 착안, 조사 자체를 회피함으로써 특검의 뇌물죄 수사를 막거나 지연시키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상황 전개상 지난달 25일 보수성향 인터넷방송 ‘정규재TV’와의 인터뷰 등에서 밝힌 “특검 조사에는 임하겠다”는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도 결국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앞서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지난해 11월 2일) “진퇴 문제는 국회 결정(탄핵안 의결)에 따르겠다”(지난해 11월 29일) 등 박 대통령의 발언들도 공언(空言)으로 끝났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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