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클릭 행보로 중도 보수층에서 지지세를 넓히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가 8일엔 보수 성향 단체가 초청한 강연회에도 나섰다. 적진인 보수 진영의 굴로 들어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광폭 행보다.
안 지사는 이날 한반도미래재단이 주최한 ‘안희정 대선후보 초청 특별강연’에서 자신의 외교안보 구상을 밝혔다. 한반도미래재단은 구천서 전 자유민주연합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보수 성향 단체로, 강연회장에는 탈북자들을 포함해 보수 성향의 인사 500여명이 참석했다. 2시간 가량 진행된 안 지사의 강연 도중 15차례나 박수 세례가 쏟아지는가 하면, 강연 이후에는 안 지사와 사진을 찍으려는 청중들이 한꺼번에 몰려 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일부 인사는 “안희정 대통령”을 외치기도 했다.
안 지사는 안보의 제1원칙에 대해 “5,000만 명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고 강조하면서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적 틀에 가두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안 지사는 “저는 중도 짬뽕으로 가자는 게 아니다” 며 “수레도 두 바퀴가 있어야 굴러가듯, 진보와 보수의 경쟁으로 정상적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노선에서는 철저한 실용주의를 표방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 “이미 합의된 군사동맹은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중국과 러시아에 이해와 협력을 구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선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와 별개로 경제 및 안보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며 투 트랙으로 접근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안 지사는 이날 전시작전권 환수와 함께 육해공군을 통합군체제로 갖추자는 등 자주 국방 구상의 일단도 밝혔다. 초당적인 외교안보지도자회의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안 지사는 이날 강연 내내 보수 학계 인사들에게도 “잘 부탁 드린다”거나 청중들을 향해 “대선배님들, 아버님들 걱정하지 마십시오”라며 자세를 낮췄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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