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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박근혜와 트럼프

입력
2017.02.0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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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쓴 ‘챔피언처럼 사고하라’에 이런 말이 나온다. 사업적 성공을 거둬 엄청난 부를 쌓은 친구로부터 트럼프타워 레스토랑의 좌석 예약을 해 줄 수 있냐는 부탁을 받고 든 생각이라며 한 말이다. “뉴욕에 있는 레스토랑 좌석 하나도 예약할 수 없는데, 엄청난 성공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러면서 “그가 차라리 가난했다면 덜 비참해 보였을 것”이라고 했다. 성공에 대한 트럼프의 인식이 잘 드러난 대목이다. 성공의 동기와 목적이 오로지 특권적 지위를 누리기 위한 것이라는 투다.

▦ 자기애(自己愛)로 번역되는 나르시시즘은 자신을 과장하고, 그런 허상을 위해 공격적 행동도 서슴지 않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다. 대표적 증상이 자기과시와 자아도취다. 그렇다 보니 자신에 대한 비판이나 도전을 용납하지 못한다. 권력에 대한 병적인 집착으로 몰락을 자초하는 독재자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나르시시즘은 집단에도 나타난다. 작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브렉시트나 트럼프현상을 집단적 나르시시즘으로 설명하는 시각도 있다. 정치적 포퓰리즘이 통하는 것도 결국은 독선과 자기연민이 갖는 강한 중독성 때문이다.

▦ 트럼프 대통령의 막가파식 행동의 원인을 나르시시즘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 트럼프가 공격성, 사디즘 등이 복합된 ‘악성 나르시시즘’에 걸려 있다고 진단한 심리학자도 있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통화 도중 화를 참지 못하고 전화를 끊어버린 것은 공감능력이 없는 나르시시즘의 전형적인 예다. 트럼프의 독특한 서명을 나르시시즘으로 해석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뾰족한 가시모양의 필체로 자신의 이름 철자를 휘갈기는 서명에서 강한 권위의식과 야망, 완고함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 얼마 전 유시민 작가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지독한 나르시시즘이며 자신은 애국자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면서 “본인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인식이 없었으리라고 본다”고 했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이 혐의를 저토록 부인하는 것을 보니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일을 저질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그걸 애국이라고 생각했다니 정말 지독한 나르시시즘이다. 탄핵 소추된 박 대통령처럼 트럼프도 정신질환을 근거로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른다면 그도 박 대통령 꼴이 날 수도 있다.

황유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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