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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대선 경제공약, 정의냐 혁신이냐

입력
2017.02.0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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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격차해소ㆍ재벌 개혁에만 매몰된 공약들

산업고도화나 4차 산업혁명 대책 막연

혁신 실패 땐 파키스탄에도 뒤처질 판

글로벌 회계컨설팅그룹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지난 7일 흥미로운 자료를 하나 냈다. 2050년이 되면 2016년 현재 국내총생산(GDP) 규모 순위 세계 3위인 인도가 미국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서고,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가 8위에서 4위로 도약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그때도 1위를 지키지만, 일본과 독일이 5위권 밖으로 밀리는 격변이 예상됐다.

뿐만 아니다. 지금은 저 아래 처져 있는 나이지리아와 파키스탄, 이집트 등이 10위권 대 중반으로 도약하고, 30위권 밖에 있는 베트남이 20위까지 올라설 것으로 예상됐다. 그럼 우리나라는? 자료대로라면 20위권 아래로 추락할 이탈리아 스페인 등과 함께, 한국 GDP 규모 순위는 하강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려가 나이지리아나 파키스탄보다 뒤처진 18위로 떨어진다.

불과 한 세대 후에 우리나라의 생산력이 파키스탄보다도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불편하고 낯설다. 머지않은 미래에 남북한이 통일만 돼도 현재 13위인 우리나라의 GDP 순위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자료가 왠지 ‘믿거나 말거나’인 포춘쿠키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느낌과 달리, PwC의 전망은 대체로 현실화 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글로벌자본이 아프리카를 포함한 세계의 주변부까지 충분히 확산되면 전통적 방식의 GDP 생산력은 결국 국토가 넓고 인구와 자원이 풍부한 저개발국으로 대거 이동할 수밖에 없다. 나이지리아는 세계 8위 규모인 1억8,600만명의 인구를 가졌고, 풍부한 석유자원을 자랑한다. 세계 7위인 2억명의 인구와 한반도보다 세 배 이상 큰 영토, 인도와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에 인접한 파키스탄 역시 조만간 무서운 성장세를 탈 것임은 분명하다.

우리 경제는 지난 20여년간 중국과 인도 등의 1차 도전에 시달리면서 이미 성장세가 크게 꺾인 상태다. 조선ㆍ해운은 물론이고, 철강 자동차 유화 등 핵심 제조업들이 당장 구조조정 위기에 몰려 있다. 더 졸다간 나이지리아 등 헤비급 저개발국의 2차 도전에 밀려 G20에서조차 탈락할 수도 있는 게 냉엄한 현실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울 전략과 행동이 점점 절박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요즘 대선 주자들의 경제공약을 보면 상황의 절박성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집권만 하면 당장 ‘무덤에서 요람까지’의 복지부터 실현할 기세다. 구직 청년에게 연간 100만원씩 지급하고, 월 30만원씩 아동수당 지급하며, 예산 써서 공공부문 일자리 80만명 늘리겠다는 게 저출산 해소와 일자리 창출책이다. 어떤 이는 아예 취약 연령ㆍ계층 국민 2,800만명에게 연간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재벌 개혁이 화두가 되면서 상법개정안처럼 국내 기업들의 오랜 투자와 성장전략에 불확실한 격변을 초래할 법제도 밀어붙여질 기세다. 물론 하나하나 공약을 따져 보면 그럴 만한 얘기들이다. 기본소득제조차도 일단 지나쳐 보이지만 언젠간 도입돼야 할 얘기다. 더욱이 그 재원으로 국토 보유세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은 참신하기까지 하다. 재벌체제와 잘못된 오너십 역시 누구도 개선의 절실성을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는 대선 주자들의 인식이 온통 경제정의에 매몰된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구조조정을 통해 어떻게 전략산업의 고도화를 이루어 낼지, 향후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국제분업체계의 격변 속에서 어떻게 우리 경제를 자리매김 할지에 대한 공약은 기껏해야 대통령 직속위원회나 만들겠다는 식의 피상적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격차 해소와 재벌 개혁이 시대정신임을 부정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한 혁신 전략 없이 내치 차원의 정의와 복지만 외치는 공약은 위태롭다. 중국과 일본은 지금 ‘중국제조 2025 전략’과 ‘일본 재흥전략 2016’ 같은 미래 산업전략을 각각 세우고 뚝심 있게 내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듣기 좋은 말보다, 미래를 겨냥한 경제혁신 청사진과 믿을 만한 실행의 열정을 보여 줄 대선 주자가 나와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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