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명령 항고심 구두변론서 공방
WP“反이민 행정명령에 회의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반(反)이민 행정명령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슬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일시 금지한 행정명령의 효력 회복 여부를 가릴 법적 절차가 7일(현지시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미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제9 연방항소법원은 이날 오후 3시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워싱턴ㆍ미네소타 주 및 연방정부를 대표한 법무부 측이 각각 원고와 피고로 나선 항고심 구두변론을 개시했다. 1시간 남짓 전화로 진행된 변론에서 주정부와 법무부는 행정명령 중단 결정이 정당한지를 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이날 재판은 앞서 행정명령 효력을 미 전역에서 일시 중지시킨 시애틀 연방지방법원 제임스 로바트 판사의 결정에 법무부가 불복하면서 성사됐다.
첫 심리임에도 3명으로 구성된 재판부는 양측 주장의 근거를 따져 물으며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먼저 법무부를 대리한 어거스트 플렌제 변호사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행정명령은 대통령에게 주어진 고유 권한”이라며 “입국 금지 조치를 하지 않으면 실질적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셸 T. 프리들랜드 판사는 “7개 나라가 테러와 관련된 증거가 있느냐”고 몰아 세웠고 정부 측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해당 국가들을 테러 위험이 있다고 지목했다”고 답하자 “너무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ㆍ미네소타 주를 변론한 노아 퍼셀 워싱턴 주 법무차관은 “반이민 명령 중단 결정을 회복시킨다면 미국 이민체계는 다시 혼란에 빠져들 것”이라며 정부 입장을 반박했다. 그러자 이번엔 리처드 클리프턴 판사가 “워싱턴주에서 행정명령으로 불이익을 당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느냐”고 물었고 퍼셀 차관은 답변을 얼버무려야 했다.
행정명령이 종교의 자유를 위배하는지도 쟁점이었다. “대통령이 무슬림 입국을 불허하겠다고 간단히 말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윌리엄 캔비 주니어 판사의 날 선 질문에 플렌제 변호사는 “행정명령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한발 물러섰다.
미 언론들은 변론 직후 “재판부가 정부 주장에 ‘회의적’이었다”는 논평을 쏟아냈다. 워싱턴포스트는 “법무부 측 변호사들이 판사들의 비판적 질문에 시달렸다”고 전해 정부에 불리한 결정이 내려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법원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놓겠다”고 밝혀 이번 주 중 재판부의 판단이 나올 전망이다.
다만 항고심은 행정명령 중단 결정의 효력만 따져 정부가 패소하더라도 연방대법원에 상고해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행정명령은 상식이며 미 사법체계를 따르겠다”고 말해 법적 다툼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반이민 명령에 쏠린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법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이 날 변론은 전 세계에서 13만7,000명이 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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