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여행 중 살해당한 20대女
백악관서 “테러 희생양” 발표에
英부모 “아니다” 트럼프에 편지
“내 딸은 테러리스트가 아닌 미치광이에 의해 희생됐습니다. 더 이상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마세요.”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로지 에일리프라는 영국 여성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그가 편지를 쓴 이유는 딸의 피살사건을 ‘(무슬림)에 의한 테러리즘’으로 규정한 트럼프 행정부에 항의하기 위한 것. 호주에서 배낭여행 중이던 에일리프의 딸 미아 에일리프 정(21)은 지난해 8월 퀸즐랜드 주 여행자 숙소에서 프랑스 청년 스마일 이야드(29)에게 칼에 찔려 살해당했다. 같은 숙소에 있던 영국인 톰 잭슨도 미아를 구하려다 이야드에게 목숨을 잃었다.
사건 당시 이야드가 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고 외쳐 그를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조명하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호주 경찰은 이야드가 극단주의자들과 교류한 적이 전혀 없으며, 조현병에 따른 살인이라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희생자 부모의 마음을 헤집은 건 백악관이 최근 이 사건을 “언론이 축소보도한 테러리스트에 의한 희생 사건 78건 중 하나”라고 발표한 일이다. 희생자 톰 잭슨의 아버지 레스 잭슨은 WP 인터뷰에서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사건이 테러리즘과 연관이 없다는 사실을 알 것”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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