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북 정책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에 착수한 가운데, 미 의회가 이전보다 훨씬 강경한 대북 압박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북핵 청문회를 열어 고강도 대북제재 방안 등을 논의하는 한편,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을 규탄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조속한 한반도 배치를 촉구하는 초당적 결의안을 발의했다. 미 의회에서 공화ㆍ민주당이 한 목소리로 북한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내놓은 것은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기반으로 한 대북 기조를 벗어나 선제타격과 김정은 정권 전복 등을 거론하는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 방향에 의회가 사실상 동조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날 외교위 결의안에는 한미 양국이 안보협력을 유지하고 방산협력, 기술개발, 합동훈련 확대를 포함한 추가적인 동맹 강화 조치를 검토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또 미국 정부에 가능한 모든 대북 경제제재를 부과하고 동맹국 및 여타 국가들과 공조해 추가 대북제재를 가하도록 주문했다.
결의안에는 에드 로이스(캘리포니아) 위원장과 엘리엇 엥겔(뉴욕) 하원 민주당 간사, 테드 요호(공화ㆍ플로리다) 아태소위원장, 브래드 셔먼(캘리포니아) 아태소위 민주당 간사 등이 서명했다.
청문회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군사적 대응과 정권 전복 등을 주장하는 의원들의 강경한 목소리로 채워졌다. 요호 의원은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를 지키지 않는다면 북한 내부에서 정권 붕괴가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톰 마리노(공화ㆍ펜실베이니아) 의원은 ‘북한 정권을 전복시킬 구체적 방안이 있는지, 있다면 대체세력은 누구인지’에 대해 청문회에 출석한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로이스 위원장도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로이스 위원장 주도로) 제정된 북한제재법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 추가 대북조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청문회에 서면증언을 보낸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한국석좌는 “트럼프 정부 임기 초반에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발사 등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의회의 강경한 목소리를 촉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에는 미 상원이 청문회를 열어 북한을 지원하는 중국 기업ㆍ개인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 등을 주장한 바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김정은 정권이 ICBM발사를 예고하면서, 미 의회가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 의회의 이런 분위기는 대북 정책 재검토에 착수한 트럼프 행정부의 선택이 ‘당근’(대화) 대신 ‘채찍’(압박)으로 흐르도록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가장 현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의회의 대북 강경분위기는 동북아에서 ‘한ㆍ미ㆍ일’ 3각 동맹의 구축을 재촉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하원에 제출된 결의안에도 한국과 일본의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전략차원에서 중국을 최대 적국으로 간주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북핵을 둘러싼 ‘한ㆍ미ㆍ일’과 ‘북ㆍ중’의 대립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 전직 관료들이 대거 참여한 비영리재단 아시아소사이어티미중관계센터의 최근 보고서는 “미중 관계가 위태로운 갈림길에 있으며 두 강국이 정면충돌의 길로 치달을 수 있다”라며 “트럼프 정부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핵 문제에 관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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