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한류거리 절반 이상 문 닫고
한국인 이유로 차별ㆍ위협 시달려
위안부 피해자 고통 이해하지만
또 다른 피해자 생겨서는 안 돼”
윤병세 장관 만나 의견 전달도
“소녀상으로 인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됩니다.”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 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의 오공태 중앙본부 단장은 7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가슴 아픈 과거사를 극복하기 위해 세운 소녀상이 또 다시 한일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소녀상 철거 입장을 에둘러 밝혔다. 오 단장은 지난달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주일 한국대사관에 제출해 논란을 빚었다. 그는 전날에도 윤병세 외교부장관을 접견, 같은 입장을 직접 전달했다.
오 단장은 한국 내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일본에서 한국인에 대한 차별을 온 몸으로 경험한 재일 동포들은 누구보다 위안부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있다”고 운을 뗀 후 “소녀상을 없애라는 것이 아니라 기념공원을 만들어 이전하는 등 감정을 자극하지 않는 방식으로 냉정하게 대응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일동포 2세인 오 단장은 소녀상 설치를 바라보는 재일 동포의 시선은 복잡하지만 대체로 부정적이라고 했다. 한일관계가 직접적인 권익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양국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고 재일 동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면서 “최근 5년간 도쿄의 ‘한류거리’라고 불리는 신주쿠의 한국 음식점 500여 곳 중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고,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적 발언과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고 말했다.
오 단장은 소녀상 문제로 인한 한일 관계 악화를 가장 걱정했다. 그는 “재작년 위안부 합의 이후 한일 관계가 조금씩 개선되다 이번 소녀상 설치문제가 불거진 뒤 양국 관계가 완전히 붕괴된 상태”라면서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일본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의 입장을 한국 국민들이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오 단장은 소녀상 문제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는 정부에도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그는 “위안부 관련 한일 합의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양국 정부가 고충 끝에 선택한 결과”라며 “한국 정부가 당당하게 나서 문제를 풀어가야 하지만 리더십이 부재한 정치 상황이 이 문제를 더 꼬이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정부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더라도 지금으로서는 한일 합의를 이행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최선이다”고 덧붙였다.
오 단장은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소녀상 문제 해결을 위해 민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고 했다. 그 일환으로 민단은 1990년대 이후 교류가 끊겼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나눔의 집’을 찾아 생존 할머니들을 만나고, 부산 소녀상 설치를 주도한 시민단체를 접촉할 계획이다. 그는 “일본의 역사 인식에 문제가 있지만 같은 국민끼리 지혜를 모아 현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면서 “일본 정치권에도 한국 국민의 입장을 전달하고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오 단장이 이끄는 민단은 회원 수 약 50만 명의 재일한국인 단체다. 일본 도쿄에 중앙본부를 두고 49개 지방본부와 약 400개의 지부를 두고 있다. 현재 재일동포는 귀화자를 포함해 90만 명으로 추산된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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