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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자 자리 포기하고 얻은 2인자 자리

입력
2017.02.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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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신한은행장에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내정

행장 임기, 지주 회장보다 1년 적은 2년으로

트라우마 ‘신한사태’ 막기 위한 전략적 포석

내정 전후로 되살아난 ‘신한사태’ 악몽이 부담된 듯

신한카드 제공
신한카드 제공

예상대로 차기 신한은행장에 위성호(59ㆍ사진) 신한카드 사장이 내정됐다. 앞서 던진 신한금융지주 회장 후보직 자진사퇴 카드가 지주 서열 2위 자리인 ‘신한은행장’이 되는 신의 한 수가 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행장 선임 과정에서 되살아난 ‘신한사태’라는 조직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치유할 지는 그의 과제로 남았다.

신한금융지주는 7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어 차기 신한은행장으로 위 사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위 내정자는 8일 신한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 승인을 거쳐 내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 절차를 밟는다.

신한은행 안팎에서 위 사장의 행장 선임은 일찌감치 점쳐졌다. 신한금융 회장으로 내정된 조용병 현 행장과 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할 정도로 신한에서 그의 위상은 높다. 조 내정자와 함께 차기 회장 선임 최종 후보에 오른 그는 지난달 19일 최종 면접에서 “신한의 미래를 위해 조 행장이 회장이 되는 것이 순리”라며 후보직을 자진사퇴했다. 이를 두고 ‘위 사장이 서열 2위인 신한은행장을 염두에 두고 던진 수’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간 신한카드 사장으로 보여준 그의 경영성과도 부족함이 없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 수익 감소 요인에도 불구하고 2015년 6,000억원을 훌쩍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리면서 업계 1위를 공고히 했다. 신한카드에서 판(FAN) 브랜드를 만들어 신한금융 전체 멤버십 플랫폼 브랜드로 키웠고, 빅데이터를 영업에 접목시키는 등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능력도 보였다.

그러나 위 내정자의 앞길이 밝지만은 않다. 최장 9년 동안 집권할 가능성이 있는 조 회장 내정자가 서열 1위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위 내정자와 함께 일하기는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없잖다. 자경위가 보통 3년이던 행장 임기를 이번에 2년으로 줄인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지주 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위 내정자의 행장 임기가 끝나는 2019년 연임 여부의 키를 쥔 자경위 위원장은 지주 회장(조용병)이 맡는다. ‘제2의 신한사태’를 막기 위한 신한의 전략적 포석이다.

이는 신한사태라는 악몽과도 무관하지 않다. 신한사태는 2010년 라응찬 지주 회장과 신상훈 지주 사장(현 우리은행 사외이사) 등 서열 1, 2위의 최고경영진 간 극한 대립이 법정공방으로 번진 사건이다. 잊혀진 듯했던 신한사태는 시민단체인 금융정의연대가 지난 1일 위 내정자를 위증과 위증교사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고, 이어 야당과 은행 노조까지 나서 그에 대한 ‘자격시비’를 제기하며 되살아났다. 위 내정자는 당시 지주 부사장으로 홍보 등을 맡아 라 회장 측을 대변했다.

신상훈 전 사장이 위 내정자 등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한사태의 끝은 가늠하기 힘들다. 신 전 사장은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됐지만 2심까지 대부분의 혐의에서 무죄를 받았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신 전 사장은 위 내정자 등에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신 전 사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내 명예회복을 위해 당시 관련자들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위성호 내정자는

1958년 경북 김천 출생, 서울고ㆍ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1985년 신한은행 입행

2002년 강남 PB센터장

2004년 신한금융지주 통합기획팀장

2007년 경영관리담당 상무

2008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2011년 신한은행 부행장

2013년 8월~ 신한카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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