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지지율 낮은 건 여론 침묵 탓
잘못 비호하는 건 대구 민심 아냐
文 안보관 불안ㆍ일자리 공약 재앙
보수 단일화 해야 제대로 승부
국민의당과 연대 열어둘 것
국회 설득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저출산 80조 투입에도 효과 없어
육아휴직 3년법 등 적극 추진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을 예상하며 “헌재 결정 전후로 보수 지지층이 요동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면서 “대구·경북(TK)을 포함한 보수 지지층이 지금은 입을 다물고 있지만 탄핵 결정 이후에는 결집할 것”이라고 했다.
유 의원은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결국 이번 대선도 보수와 진보의 양자 대결 구도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지지율 상승에 대해서도 “의미 없는 수치”라면서 “과연 누가 최선의 보수 진영 후보냐”고 반문했다.
유 의원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서도 “이런 (탄핵정국) 상황에서 지지율이 고작 30%대”라면서 “2007년 이명박에 비해 훨씬 약한 후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민의당과의 향후 연대·단일화 여부와 관련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했다.
_TK에서 황 권한대행보다 지지율이 낮다.
“헌재의 탄핵 판결 전까지 TK는 다들 입을 꾹 다물고 계실 거다. 이 사태에 부끄럽고, 자괴감과 수치심도 들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동정과 연민도 섞여 있기 때문이다.”
_보수층에서는 여전히 ‘배신자’ 이미지가 강하다.
“보수층이 다 그렇다고 보지 않는다. 잘못을 지적한 게 배신인가. 아무도 잘못이라고 말 않다가 여기까지 왔다. 배신이라는 말 자체에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잘못을 비호하는 것을 대구민심이라 한다면 그건 대구민심을 모욕하는 거다.”
_지지율 반등의 계기가 있다면.
“보수층이 지금은 마음을 못 잡고 있다. 하지만 헌재 결정을 불확실하게 생각하는 보수층도 다음 대통령감은 진지하게 고민할 거다. 다음 대통령이 할 일, 자격이나 조건, 국민의 미래를 고민하면 마음이 바뀔 것으로 본다.”
_안희정 충남지사가 중도보수층까지 파고 드는데.
“그건 알 수 없다. 지금 민주당 후보들 지지도를 다 합치면 비정상적으로 높지 않나. 보수층이 응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헌재 결정으로 보수, 중간, 진보 후보가 정리되면 국민이 선택할 후보의 폭이 달라진다.”
_보수 후보 단일화가 승부수인가.
“보수 후보 단일화도 탄핵 변수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다. 박 대통령 지지 후보가 보수 후보가 되어야 하는지, 대척점에 있던 새로운 보수 후보가 되어야 하는지 보수층이 결론을 내달라는 얘기다. 그래야 문재인이든 누구든 붙어 승부를 볼 힘이 생긴다.”
_황 권한대행과도 단일화가 가능한가.
“새누리당이 후보를 낼 수 있는 정당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굴 내든 단일화하는 게 맞다고 본다.”
_이번 대선이 2007년 대선 구도와 닮았다는 관측이 있다.
“과거 똑같은 선거가 있다고 보나. 보수층이 아예 결집하지 못하는 것을 가정한 관측인데 그 발상은 위험하다. 2007년 당시 이명박 후보에 비해 지금의 문재인은 훨씬 약한 후보다. 지지율도 30%대다. 2007년엔 DJㆍ노무현정부 10년의 염증으로 이명박의 '경제대통령'이 상당히 먹혔고, 박근혜를 이긴 MB는 이후 굉장히 강한 후보였다. 문 전 대표에 대해선 거부감이 많다. 안보관이나 대북관은 불안하다. 공무원 수 늘리는 일자리 공약은 상식 이하다. 변호사 출신,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초선 국회의원이 어떻게 경제를 해결할 수 있겠나.”
_원조 친박이라서 박근혜 정부 실패에 대한 책임론도 나온다.
“다분히 민주당 논리다. 12년 전(2005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10개월 했던 과거를 들춘 것인데, 그런 논리라면 노무현정부 말기 스스로 폐족이라 했던 사람들도 책임을 지고 출마하면 안된다. 나만큼 박 대통령 잘못을 지적한 사람이 어디 있으며 또 핍박받은 사람이 어디 있나.”
_선거운동이 다분히 수세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총선 끝나고 겨우 (새누리당에) 복당했다가 탄핵소추안에 찬성하고 탈당했다. 그 괴로운 탄핵을 하는데 선거운동 다니면 그건 정신 나간 사람 아니겠나. 자기 정당이 배출한 대통령을 탄핵하면서 선거운동을 하는 정치인, 그게 말도 안되는 소리다.”
_헌재의 탄핵 결정 수용 제안 배경에는 기각의 불안감도 포함돼 있나.
“개인적으로 인용 결정이 날 것으로 믿는다. 다만 헌재 결정이 어떻게 나든 극심한 혼란과 국론분열이 예상된다. 때문에 정치권과 여야 대권주자가 일종의 승복에 대한 다짐을 하자는 거다.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헌재 판결에 불복한다는 건 예전 군사쿠데타와 다를 바 없는 파괴적인 혁명을 하자는 논리다.”
_황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은.
“그 사람의 선택 문제다. 법적인 문제는 없다. 다만 헌재 결정 이후로 결정을 늦추게 되면 문제다. 깜깜이 선거를 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검증 없이 대통령 뽑겠다는 생각과 진배 없다. 떳떳한 출마라고 할 수 없다. 출마 생각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나오라는 거다.”
_문 전 대표의 일자리 132만개 공약을 비판하고 있다.
“그건 재앙이다 재앙. 5년 간 21조5,000억 들여 공무원을 82만 명 늘린다는 것인데 MB 때 4대강사업과 같은 비용 규모다. 문제는 4대강은 원샷으로 끝났지만 공무원 채용은 아니라는 데 있다. 문재인 정권 끝나면 신규 채용 공무원들 전부 사퇴하나. 5년 21조원은 어림도 없는 수치다. 공무원의 정년을 30년으로 보면 132조원이 더 들어가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_50대 기수론을 어떻게 보나.
“나이가 같다고 생각이 다 똑같다 할 수 없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버니 샌더스가 몇 살인가. 50대면 다 개혁적이고 다 깨끗하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
_육아휴직 3년법이 여성 경력 단절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저출산 극복에 10년간 80조원을 퍼부었는데 합계출산률이 1.24에서 변함이 없다. 근본 문제는 시간과 돈이다. 이대로 가면 2500년에 우리나라 인구가 33만명이 된다. 나라가 없어진다. 공약이 비현실적이라고도 하는데 이런 현실이 그래도 좋다면 항복하겠다.”
_‘중부담 중복지 공약’에서 고려하는 부담의 수준은.
“복지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정도를 본다. 현재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18%인데 OECD 평균 조세부담률인 26%까지 가야 한다. 아주 고통스러운 과정이 따르겠지만 우리도 21~22%까지 단계적으로 올려야 한다. 법인세, 소득세, 부과세를 더 걷는 수밖에 없다. 면세점 이하 국민도 소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단돈 만원, 2만원이라도 내도록 할 것이다.”
_국민의당과 연대도 생각하나.
“가능성은 열어 두고 있다. 다음 대통령은 누가 돼도 여소야대 속에 있다. 자기 당을 넘어서서 국회와 어떻게 협력하는지가 중요하다. 야당을 설득하고 어떻게 소통하고 또 합의하느냐가 중요하다.”
유 의원은 인터뷰 내내 협치와 소통, 설득을 강조했다. 그는 7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서도 “정치인은 갈등을 줄이고 통합해 미래로 나아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승만·박정희·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묘소를 두루 참배한 것도 같은 맥락의 행보였다. 그는 8일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도 참배할 예정이다.
인터뷰=김정곤 정치부장 jkkim@hankookilbo.com
정리=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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