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코앞에 두고 공중분해
터무니없는 추가비용 요구
적절한 피해보상 극히 드물어
“정부 차원 체계적 관리감독을”
5월의 신부를 꿈꾸던 김원희(30·가명)씨는 한동안 잠을 설쳤다. 고르고 고른 끝에 지난해 말 인천의 한 결혼식장을 예약했는데, 위탁을 맡긴 교직원공제회 쪽에서 지난주 느닷없이 “식장 운영이 중단돼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한다”고 계약해지 통보를 한 것이다. 공제회가 5월 예약 날짜에 결혼식이 가능한 장소 2곳을 소개해주긴 했지만, 생각보다 작아 식장을 다시 알아보는 중이다.
따져보니 부실 운영업체의 막무가내 계약이 문제였다. 공제회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몇 달치 임대료를 내지 않아 지난해 말 공제회로부터 위탁운영 해지 통보를 받았는데도, 예비부부들에게 버젓이 계약금을 받고 예약을 진행해왔다. 공제회 관계자는 “더 많은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달 말부터 식장 운영을 중단하고 운영업체를 대신해 예약금을 돌려주는 등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발끈했다. “계약조건에 따라 계약금 30만원만 그대로 돌려받았을 뿐 시간적, 금전적 피해는 고스란히 예비부부 몫”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혼 예정일이 가까워져 새로 식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고 값도 뛴 상황인데다, 신혼여행도 결정하지 못하는 등 일정들이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 김씨는 “허탈감과 막막함이 한번에 밀려온다”고 호소했다.
결혼식 정보가 활발히 공유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동영상 촬영을 맡긴 업체가 사라졌다거나, 촬영 후 터무니없는 추가 비용을 요구 받는 등의 피해 사례가 차고 넘친다. 2년 전엔 결혼박람회 주관업체가 예비부부들을 울린 적도 있다. 결혼식장과 신혼여행, 사진촬영 등을 포함한 패키지 계약을 받아놓고 파산신청을 한 것이다. 특히 지상파방송사가 주최한 박람회에서 벌어진 일이라 피해자들의 충격은 더 컸다.
당시 해당 업체를 통해 결혼을 준비했던 서모(31)씨는 “결혼식을 마친 뒤 사진촬영업체 대표로부터 결혼식 사진과 앨범을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거세게 항의하자 ‘우리도 피해자’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했다. 이 업체 역시 박람회 주관업체로부터 하청을 받아 일을 하고 대금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결국 수십만 원의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고서야 앨범을 받았다는 서씨는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들이었다면 피해 규모가 훨씬 컸을 것”이라고 했다.
부실 업체의 웨딩시장 난입으로 인한 피해는 꾸준히 반복되고 있지만 적절한 피해보상이 이뤄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특히 결혼식 패키지 상품은 대부분 군소업체들의 협약관계로 이뤄지는 특성 탓에, 만일 이들 중 1곳이 파산신청을 하거나 연락이 두절되면 책임자가 불분명하고,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절차도 복잡해진다. 대부분 피해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보상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서금주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상담팀장은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년여를 앞두고 예약해야 하는 특성상 웨딩업체의 장래성까지 예측해 계약하긴 어려운 실정”이라면서도 “가능한 지인 등을 통해 검증된 업체를 선택하고, 계약 내용과 업체 평판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 팀장은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 및 감독”도 주문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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