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회장 2기 상징적 사업
기술개발 시작한지 7년 만에
순도 99.9% 제품 생산 성공
올해 신소재 개발 4000억 투자
포스코는 2010년 전기자동차, 휴대폰, 노트북 등 전자제품에 쓰이는 2차 전지의 필수 소재인 리튬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육성하기로 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중국 철강업체들이 급성장하면서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고, 포스코는 기존 철강재 판매 외에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기업들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뛰어들어 양산 체제에 돌입했지만 핵심 소재인 리튬을 전량 수입해야 했던 점도 영향을 줬다.
리튬은 소금호수나 육지에 광석 형태로 존재하는데 이를 자연증발 방식으로 추출하려면 1년 이상 걸렸다. 넓은 면적의 염전이 필요했고, 순도 높은 리튬을 얻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포스코가 연구 끝에 독자 개발에 성공한 ‘고효율 리튬 추출 기술’은 리튬이 함유된 소금물을 화학 반응으로 분해해 추출에 걸리는 시간을 1개월 이내로 단축시켰다. 30~40%에 불과하던 리튬 회수율을 80%로 끌어올렸고, 99.99% 이상의 순도 높은 리튬을 생산할 수 있었다. 포스코 산하 기술 연구기관인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이 국내외에 특허 출원한 리튬 추출 관련 기술은 100여건에 달한다. 당시 RIST 원장으로 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 바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다.
포스코가 리튬 추출 독자 기술 개발에 착수한 지 7년만에 국내 최초로 상업 생산에 들어간다. 포스코는 7일 전남 광양시 포스코광양제철소 내에 건립한 연산 2,500톤 규모의 리튬생산공장(PosLX) 준공식을 가졌다.
이 공장에서 생산된 탄산리튬은 배터리 생산업체인 LG화학, 삼성SDI 등에 공급된다. 연간 생산량 2,500톤은 약 7,000만개의 노트북용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리튬을 전량 수입했던 이들 업체들은 원료 수급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탄산리튬은 폐전지에서 추출한 인산리튬을 원료로 사용한다. 폐전지를 재활용해 탄산리튬을 만드는 기술도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달 폐전지에서 추출한 인산리튬으로 탄산리튬을 시험생산한 뒤 품질을 분석한 결과 입도, 순도, 충ㆍ방전 효율과 용량 등이 기존 제품과 동등한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리튬 상업생산은 최근 연임에 성공한 권오준 회장의 2기 경영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업이다. 포스코 이사회는 권 회장에게 비철강 부문의 개혁을 새로운 추진과제로 제시했고, 권 회장도 연임이 확정된 직후 “비철강 부문의 생산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지난 2일 단행한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권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 등 비철강 부문에 집중하고, 철강 부문은 사장이 책임지는 이원화 체제를 도입했다.
포스코는 올해 리튬 등 신소재 개발에 4,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전세계 배터리용 탄산리튬 수요는 2002년 6,000톤에서 2015년 6만6,000톤으로 10배 이상 늘었고, 2025년에는 18만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 회장은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포스코가 리튬 상업생산의 결실을 보게 된 것은 미래 성장사업에 대한 비전과 열정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배터리용 리튬은 물론, 양극재용 고순도 니켈과 양음극재 개발 등 에너지 소재 사업에서 기술 경쟁력을 키워 신성장사업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