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피난처 주(州)’를 자처한 캘리포니아주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연방 정부의 예산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6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슈퍼볼 직전 폭스 뉴스의 빌리 오라일리와 인터뷰에서 캘리포니아주를 향해 “여러 면에서 통제 불능”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캘리포니아주가 자신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에 맞서 불법 체류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공언한 것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 상원 정책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케빈 디 리언(민주ㆍ로스앤젤레스) 의원이 발의한 불법 체류자 보호 법안인 ‘캘리포니아 가치 법’을 승인했다. 이 법은 캘리포니아 주 경찰국과 관할 지방자치단체 경찰국이 휘하 경찰을 연방 이민법 유지에 활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강력한 불법 체류자 단속을 위해 지역 경찰에 이민 단속 권한을 주겠다던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처럼 캘리포니아 주 정부와 정치인들이 이민자 보호에 나선 것을 두고 “웃기는 일이다, 범죄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동시에 연방 정부의 이민 정책에 협조하지 않는 ‘피난처 도시’에 재정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라며 “연방 정부는 캘리포니아주에 엄청나게 많은 돈을 지원했는데, 캘리포니아 주는 알다시피 여러 면에서 통제 불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산 지원 중단에 대해서는 자신의 발언이 “절대 빈말이 아니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캘리포니아주는 민주당 세가 강하고 다양한 인종과 이민자들이 많이 모여 살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당선된 직후부터 반대 의사를 노골적으로 밝혀왔다. 민주당이 장악한 주 정부와 의회는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문제와 이민, 여성ㆍ인권, 선거권에 이르기까지 각종 정책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 면전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도시와 지자체가 불법 체류자 무료 법률 지원을 약속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제9 연방항소법원은 또한 4일,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이 전날 내린 미국 전역에서의 반이민 행정명령 집행중지 결정에 맞서 행정명령의 효력을 회복해 달라던 미국 법무부의 긴급요청도 기각했다. CNN 방송은 제9 연방항소법원이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법정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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