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판정’ 충북 보은 가보니
“가축 전염병 청정지역인데…”
외부와 완전차단 마을 적막감만
공무원들 밤새 살처분 작업
“사상 최악의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좀 잠잠하다 싶었는데, 구제역이란 더 큰 산을 만났네요.”
올해 첫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군 마로면의 방역 통제소에서 6일 만난 보은군청 공무원은 밤새 진행된 살처분 때문인지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상황을 묻는 질문에 그는 “살처분한 젖소 매몰이 진행 중이다. 아무도 들어가지 못한다”고 짧게 답했다.
구제역 확진을 받은 관기리 마을 진입로는 외부와 완전 차단돼 적막감만 감돌았다. 방제복으로 무장한 방역 요원들만 가끔 오갈 뿐이었다.
구병산 아래에 자리한 이 마을은 축사가 많은 곳이다.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500m안에 12농가가 655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는 195마리의 젖소를 키우는 대규모 농장이다. 이곳 농가들은 사실 구제역 걱정을 안 했다고 한다. 예로부터 가축 전염병 청정지역이란 자부심이 컸기 때문이다.
보은읍에서 만난 주민 이모(69)씨는 “보은은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확산됐던 2015년에도 큰 문제없이 지나갔다. 구제역이 날 곳이 아닌 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보은에서 전국 첫 구제역이 발생하자 충북 방역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충북에서는 AI로 85개 농장에서 392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하고 브루셀라마저 집단 발병해 73마리의 소가 매몰된 터다. 충북도는 지난해 12월 29일 이후 도내에서 AI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자 은근히 AI종식을 기대해왔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구제역까지 겹치면서 이런 기대감은 순식간에 불안감으로 변해 버렸다.
인근 충남 지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충남은 돼지 200만 마리가 사육되는 전국 최대 양돈지역으로 지난해 겨울에도 구제역 피해가 가장 컸던 곳이다. 최근 충남지역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 보은군의 5개 한우 농가에 대해 이동제한 조치를 내리고 1만 5,000여 사육 농가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벌여 항체형성률이 낮은 농가에 즉시 백신을 접종키로 했다.
구제역이 발생한지 하루 만에 의심신고가 접수된 전북 정읍에서도 구제역 양성반응이 확인됐다. 이날 오전 10시 40분쯤 정읍시 산내면 장금리 최모씨의 한우농가에서 사육 중인 48마리 가운데 6마리가 침을 흘리는 증상을 보여 농장주가 지자체에 신고했다. 정읍시는 간이검사를 통해 한우 1마리에서 구제역 의심증세를 확인해 전북도 축산연구소에 정밀검사를 의뢰했고, 밤늦게 농림축산식품부는 구제역 양성반응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창섭 충북도 축산과장은 “구제역은 백신접종과 소독 등 차단방역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며 “축산농가는 소유 가축에 대해 빠짐없이 예방접종하고 축사 안팎을 매일 소독하고 축산 모임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은=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정읍=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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